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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31 기억을 끌어다 놓았으니 (2)
  2. 2010.01.30 언덕위의 수영장 (7)
  3. 2010.01.27 우리 너무 멀다.. (6)
  4. 2010.01.24 술은 물처럼 싱거운데 (10)
  5. 2010.01.24 하지만 슬프게도 (2)
  6. 2010.01.22 hallway (6)
  7. 2010.01.20 절반의 얼굴 (4)
  8. 2010.01.20 살겠다,
  9. 2010.01.17 망각의 첫 순서 (14)
  10. 2010.01.17 내가 아니라, 너야 (2)

기억을 끌어다 놓았으니

2010. 1. 31. 16:36 from morceAu

  01 기억을 끌어다 놓았으니 산이 되겠지

 

  바위산이 되겠지

  여름과 가을 사이 그 산을 파내어 동굴을 만들고

  기둥을 받쳐 깊숙한 움을 만들어

  기억에게 중얼중얼 말을 걸다보면 걸다보면
 

  시월과 십이월 사이 누구나 여기 들어와 살면

  누구나 귀신인 것처럼 아늑하겠지

  철새들은 동굴 입구를 지키고

  집이 하나로는 영 좁고 모자란 나는

  해가 밝으면 동굴을 파고 파고 그러면

  기억은 자꾸자꾸 몰려와 따뜻해지겠지
 

  그 집은 실뭉치 같기도 하고

  모자 같기도 하며 어쩌면 심장 속 같기도 하여서

  겁먹은 채로 손을 푹 하고 찔러 넣으면

  보드랍고 따스한 온기가 잡혀와

  아찔해진 마음은 곧 남이 되겠다고 남이 되겠다고

  돌처럼 굳기도 하겠지
 

  그 집은 오래된 약속 같아

  들여다보고 살고도 싶은 여전히 저 건너일 것이므로

  비와 태양 사이 저녁과 초저녁 사이 빛이 들어

  마을이 되겠지
 

  그렇게 감옥에 갇혔으면 하고 생각한다

  감옥에 갇혀 사전을 끌어안고 살거나

  감옥에 갇혀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나 줄줄이 적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기억하는 일 말고도

  무슨 죄를 더 지을 것인가를 생각한다

  성냥을 긋거나 부정을 저지르거나 거짓말이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세상을 끊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 태어나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병률  ‡  기억의 집

 

 

  02 어떡하고 사는지 궁금했나요?

 

  내 글속에 언뜻 당신이 보여서, 왠지 모를 존재감이 느껴지나요?

  하지만, 아직도 내가 좋나요?

  라고 물으면 질겁할 거면서. 하하하. 농담. 농담이 너무 하고 싶네요.

  농담할 수 없는 사람한테, 아주 무례한 농담을.

 

 

  03 누가 뭐라 생각하든, 쓰고 싶은 걸 쓰면 되지, 라고 스스로를 주입식으로 교육한다.

 

  이게 과연 쓰여질 필요가 있는 것인가, 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쓸 이유가 없어지니까.

  마음 속에 새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쇼핑이 하고 싶다.

  7만 6천원이라거나, 9만 2천원이라거나 하는 가격표들을 집중해서 읽고 있으면,

  이 구차한 기분도 깔끔하게 수치화될 것 같다. 너무 비싸군. 하고 내려놓으면 이상 끝.

  이상 끝, 이면 좋았을 미뤄둔 일의 목록 원투쓰리포.

  기어코 일요일 밤을 꼴딱 새려고 커피 두잔째 원샷해주시고.

 

 

  04 자정 이후 감상 자제 리스트 추가

 

  데미안라이스 9 crimes 뮤비.

  의미를 생각하기 앞서, 그여자 얼굴이 꿈에 나올 것 같아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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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서정적자아 2010.02.01 09:01

    이병률 시인.. 시 아름답군요. 이 시인의 다른 시들이 궁금해집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01 13:17

      시인이자 방송작가이면서, 사진도 좋고 여행글도 좋고..
      제게는 '엄친아' 격이신 분ㅋ
      그의 시들은 차가움과 뜨거움 사이의 균형을
      아주 잘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비슷한 느낌으로 이성복, 김경미 시인이 떠오르는..

언덕위의 수영장

2010. 1. 30. 11:14 from songErie

 

 

 

 

 

 

 

 

 

 

 

 

 

 

 

 

 

 

 

 

 

 

 

비틀즈의 존재는 내 중딩 시절, 세상의 모든 음악이었다.

 

하루종일 다른 것은 들을 여력이 없을 만큼

비틀즈의 모든 음악을 찾아듣는 것은 내 즐거운 숙제였었다.

가사의 의미도 그땐 잘 몰랐지만, 수많은 곡들 중에 유난히도 좋아했던 fool on the hill.

그 어린 날에 어렴풋하게나마 상상할 수 있던 인생의 허허로움 같은 것. 이 좋았고

중간에 리코더처럼 들리는 악기 소리는 뭉클했다.

아침에 들으면 싱그럽게 느껴지고 저녁에 들으면 괜시리 콧날이 시큰했던

내겐 참 이상한 노래.

 

시간이 흘러 사회에서 일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같이 일하는 팀원들과

인터넷 까페 라는 걸 만들었을 때

나의 닉네임은 고민할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fool on the hill 이 되었다.

당시 나와 함께 일하던 사람은 자기도 비틀즈를 좋아한다고 누누히 말하더니

그 별명을 보고 떠억하니 적어놓은 문장이란

 

언덕위의 수영장님!  (허어억!)

 

fool을 pool로 착각할 수 있다는 건, 그렇다 쳐도

비틀즈 광팬이라며 호들갑떤건 무슨 얄팍한 구라였던가.

어이는 좀 없었지만, 언덕위의 수영장.. 이라니 왠지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호수, 라거나

세상 끝의 바다, 라거나 뭐 그런 신비한 것들을 상상하니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미 사람들은 나를 수영장, 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저래봬도 술을 수영장에 대놓고 마신다느니 하는 장난스런 유언비어도 생겼는데,

그 말을 들은 모팀장은 진지하게 내게 물었다

집에서 수영장하셔?

어머나, 저는 평생 수영장이라는 데는 가본적이 없는 사람이에요, 라고

자랑스럽게 말해드렸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수영을 못한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비틀즈를 미치게 좋아한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나란 사람도 어느 면에선 낯설만큼 변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득 이 노래를 듣게 될 때,

잊고있던 그 시간, 오래된 별명을 떠올릴 때..

나는 그 허허롭고 고요하고 맑게 빛나는 언덕위의 수영장을,

거기 유유히 떠다니는 나를, 능숙하게 상상해낼 수 있다.

너는 '바보'가 아니야, 차라리 '수영장' 이라고 부를 께.

당신이 말해준 일도, 기쁘게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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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느림보 2010.01.30 12:30

    '허허롭고 고요하고 맑게 빝나는 언덕위의 수영장을, 거기 유유히 떠다니는'

    그래서 전 수영을 좋아합니다. 고요하고 차갑고 단순합니다. 들숨과 날숨. 팔과 다리의 반복 동작. 그 세계에는 저 밖에 존재하지 않죠. 물 속에서 땀이 날 정도로 수영을 하고 난 후의 상큰한 결락감 같은 것.

    p.s 참. 관심블로그 추가합니다. 제가 좀 많이 서툴고 낯을 가려서요. 오래 걸렸네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30 15:18

      물속에 뛰어들기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하나의 세계가 그속에 있군요. 들숨과 날숨,
      팔과 다리만으로 존재한다는 느낌, 뭔가 궁금해집니다.

      그리구 느림보님이시니깐요,
      느린 게 잘 어울려요 :)

  2. addr | edit/del | reply 꼬뮌 2010.01.30 20:16

    흠. 이거 무슨 앨범에 있는 곡인가여? 익숙한데 모르겠군여.

  3. addr | edit/del | reply Jooru 2010.01.31 06:12

    저도 비틀즈는 좋아합니다만.... 이 곡은 잘 모르겠습니다. 어디서 들어본듯한 느낌만 있을 뿐.

    뭐. 제나이 또래는 비틀즈 음악을 잘 안듣긴 합니다만.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31 10:56

      사실 비틀즈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심취해서 듣는 사람은 별로 없었어요, 제 또래에도.
      저한테는 음악을 막 접하던 시기였기에 의미가 남달랐지만,
      이미 오래전에 신화가 돼버린 사람들이니
      좋아한다, 안한다를 논하기에는 좀
      너무 큰 존재란 생각도 들어요.

우리 너무 멀다..

2010. 1. 27. 00:04 from luMiè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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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차례 소나기가 휘젓고 간 바다..

  흐려진 물빛이 차츰 가라앉을 때쯤, 나에게도 찾아왔던

  아, 거짓말 같던 평온, 이수동의 그림처럼

  멀어서 눈물겨운 따스함.


  나는 망원렌즈로 바다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바라다보다가

  그 속에 숨은 사람들을 찾아내, 눈동자 속으로 한없이 끌어당기는 것이었다.

  아무리 당겨도 바다는 끝내 내것이 아니었지만,

  작고작은 그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그를 그녀에게, 당겨주고 싶었다

  그에게 그녀를, 당겨주고 싶었다

 

  우리 너무 멀다..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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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위소보루 2010.01.27 10:26

    아 사진, 글 좋네요 ^^

    우리 너무 멀다라는 말. 그래도 그 둘은 적어도 서로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축복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27 21:40

      아, 감사합니다 :)

      적어도, 멀다.. 라는 말이 들리는 거리에
      서있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을 거예요.

  2. addr | edit/del | reply 서정적자아 2010.01.27 13:04

    아, 사진... 꿈처럼 아련합니다. 정말 좋군요.
    후배의 미수퍼가 기대됩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27 21:43

      저 바다는, 현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그런 빛깔의 바다였답니다.
      저도 덩달아 기대되요 :)

  3. addr | edit/del | reply 꼬뮌 2010.01.28 03:22

    사진 속 주인공들은 어딘가 자세히 보면,
    딱히 연인사이라기 보다는, 일을 하는 아낙의 모습입니다.
    몇몇 장면이 포착되는 과정에서
    사진 속 주인공의 모습은 작아지고,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지고)
    몇몇 구도가 형성되고, 배경이 추출되는 것으로
    위 글과도 잘 어울리는 사진으로 탄생되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28 13:36

      네, 동네사람들이
      바다 한가운데서 조개를 캐고 있었어요.
      관찰자인 저는 가장자리에서 보고만 있었고요.
      주인공은 깨알같은 사람들이 아니라
      저들 사이의 거리, 였을 겁니다.

술은 물처럼 싱거운데

2010. 1. 24. 20:20 from morceAu
 

01   술은 물처럼 싱거운데, 내인생은 왜 이리도 독한 걸까요, 공효진이 푸념을 했다.

 

그러자 마주 앉은 여자가 친절히 답해주었다. 그거, 물 맞거등.

그 순간 <파스타>를 끝까지 지켜보기로 결심하였다. 간만에 보는 명랑한 드라마.

미실을 떠나보낸 이후로, 기나긴 사극을 볼 지구력을 상실했다.


 

 

02   시를 쓰는 건  

 

내 손가락을 쓰는 일이 머리를 쓰는 일보다 중요하기 때문. 내 손가락, 내 몸에서 가장 멀리 뻗어나와

있다. 나무를 봐. 몸통에서 가장 멀리 있는 가지처럼, 나는 건드린다, 고요한 밤의 숨결, 흘러가는

물소리를, 불타는 다른 나무의 뜨거움을.  


모두 다른 것을 가리킨다. 방향을 틀어 제 몸에 대는 것은 가지가 아니다. 가장 멀리 있는 가지는

가장 여리다. 잘 부러진다. 가지는 물을 빨아들이지도 못하고 나무를 지탱하지도 않는다. 빗방울

떨어진다. 그래도 나는 쓴다. 내게서 제일 멀리 나와 있다. 손가락 끝에서 시간의 잎들이 피어난다.


진은영  ‡  긴 손가락의 詩

 

근래에 알게 된 시인 중에서 무척 훌륭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마음으로는 각별한 애착을 두지 않았던

진은영의 시들이, 부쩍 좋아진다.

 


 

03   오, 라는 외마디는 어쩜 이리 씨니컬하고도 호들갑스럽고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폴의 노래 가사를 놓고, 네가 망친 폐허를 보렴, 오, 사랑, 이라고 장난쳤던 날이 생각나 마음깊이

반성했다. 그나저나 <여배우들>에서 오, 사랑이 흘러나왔던 그 타이밍은 참으로 뭉클하였다.

근데 분위기 깨서 정말 미안하지만, 중간에 가사 틀렸다, 가사 틀렸다,, 혼자서 막 이러고.


 

 

04   지난달 상선생님께서 음주 중에 그려주신 초상화는

 

배낭에 넣어둔 그대로 손바닥 만한 크기로 여러 번 접혀있다. 표구를 하려고 매번 마음먹지만

매번 그대로 접어둔다. 선생님, 이건 문학과지성사 시인선의 표지로 써도 좋을법한 초상화예요,

라고 말한 것이 무척이나 민망하게 생각되어서. 낙관까지 찍어주신 그 그림을 쓰게 될 날이

오기는 올까. 추천하신『헤겔 미학』부터 찬찬히 읽어볼 일이다.


 


05   왜 하필? 이라고 물은 사람, 현재까지 무려 3人.

 

듬직한 아이돌 다놔두고 왜 하필? 이라니! 오기가 발동한다.

그렇다면 더욱더 열렬히 사랑해주지.

나는 깝권이 좋다아~

 

 

 

06   선배에게서 문자가 왔다.

 

궁극적으로 먹고 싶은 게 뭔데? 우습지 않은가, 돼지껍데기라니.

내 블로그의 이름은 궁극의 돼지껍데기야.

 

참 여지도 없으시지. 나는 지지않고 대들었다.

지금까지 선배 패러디 중에 최고로 모욕적이예요! 그러자 답이 왔다.

그게 바로, 기획의도야. 껄껄.

흥. 정말로 그런 블로그를 만들까봐 나 사실 살짝 쫄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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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꼬뮌 2010.01.25 01:55

    글쟁이들은 언제나 부러워요.
    왜냐하면, 글을 잘쓰니까요.
    또 왜냐하면, 흠.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25 16:26

      생략하신 두 번째 이유가
      몹시 궁금합니다.
      뭔가 반전이 있을 것 같은..

  2. addr | edit/del | reply 꼬뮌 2010.01.25 16:55

    두번째 이유는..(만족스러운 반전이 못될 것 같아 안타깝지만,)
    바로, ‘글을 써서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25 17:34

      아, 밥이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일로 생활을 유지해나간다는 것..
      갑자기 숙연해집니다.

  3. addr | edit/del | reply 느림보 2010.01.27 17:00

    진은영 님의 시. 가슴 한 구석이 '덜컹!'하네요.
    나도 이런 시를 써야지
    이런 시를 써야지
    이런 시를 써야지.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27 21:51

      다른 시들도 다 좋지만,
      그녀의 시론이 담겨있는 것 같아서
      특히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내게서 가장 멀리 자라나있는 손가락의 끝으로
      아, 멋진 걸 쓸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요.

  4. addr | edit/del | reply 고무풍선기린 2010.01.27 17:24

    '술은 물처럼 싱거운데, 내 인생은 왜 이리도 독한 걸 까요'
    그거 물이 맞거든 했지만,

    술일 때도 물처럼 싱거운 순간도 있잖아요.

    감정의 동요를 불러 일으키게 글 잘 쓰시네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27 21:57

      에구, 과찬이세요.
      감정의 동요! 그런거 제가좀 좋아합니다 :)

      근데 정말로 술이 물처럼 싱거울 수가 있나요?
      인사불성이 되기 전에는ㅋㅋ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29 03:27

      아, 칭찬 감사합니다 :)
      한때는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말을 들을 때
      저말이 무슨 말일까 복잡한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도둑이 제발 저리듯.. 현실감각이 떨어진다거나
      허황되게 꾸며댄다거나, 정신적으로 나약하다거나
      그런 의미로 들리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에 와선
      진.심.으.로. 감사해요.
      저란사람이 뭔가 하나라도 가지고 있다면
      그것만은 끝까지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술이 싱겁게 느껴질 만큼
      쓰디쓴 인생의 맛을 알게 되더라도,
      감수성 있는 아줌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ㅎㅎ

    • addr | edit/del 고무풍선기린 2010.01.29 13:19

      정말 감수성이 풍부하신 것 같고,
      그 감수성이 글에 그대로 묻어납니다.

      진.심.으.로. 부럽습니다.

      그리고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그래도 술의 쓴 맛을 느끼지 못할 떄가
      있었던 걸 보면, 인사불성이 되기 전에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싱겁다는 말은 과장일 테구요.

하지만 슬프게도

2010. 1. 24. 15:37 from pour Moi

 

그것은 분명히 존재했었다,

너가 내게 주는 '상징적 위로' 라는 것은, 절대로 사라지는 법이 없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마찬가지다


그것으로 충분한 관계란, 기실, 노력 같은 건 필요한 적이 없었기에

충분해서 그랬고, 또 그래서 충분하다고 여겼는지 모른다


하지만 슬프게도..

 

노력 없는 관계의 핵심에는, 간단히 설명되지 않는 그어떤 긴밀한 소통이 아니라

방만함, 이라는 가장 단순한 것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내가 굳게 의지하고 있던 그런 관계들이야말로, 가장 모호하고 연약한 것이었음을

 

조금도 몰랐던 건지, 알고도 인정하지 않았던 건지, 알고싶지 않았었는지

 

하지만, 그건 너의 탓이 아니야, 아니야, 라고..

자꾸만 이 노래를 들었다

 

 

 

 

 

 

 

 

 

 

 

 

 

 

 

 

 

 

 

 

 

                                                       윤상 - 영원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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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슈풍크 2010.01.27 22:19

    꼬뮌님, 소통에 관한 진지한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부족한 글을 인용해주시다니, 무한영광이어요 :)
    왠지 쑥스러워 여기에 적습니다.
    저는 다분히 감상적이고 비유적으로 표현해보는 것을 좋아합니다만,
    써놓고 보면 그속의 주제라고 하는 것이 대부분 '소통'의 문제였습니다.
    특별히 화두로 삼고 있진 않지만, 결국 소통의 문제를
    자꾸만 건드리고 있더라구요. 나름 진지하게 썼던 부분인데
    공감하신다니.. 반가운 마음이에요.
    일상의 즐거운 전복을, 우리모두 꿈꾸는 거겠지요.

    • addr | edit/del 꼬뮌 2010.01.28 03:18

      저도 왠지 쑥스러워, 짧은 답글을 씁니다...

      :)

hallway

2010. 1. 22. 11:01 from luMiè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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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루 같은 저 창문을 봐, 나는 저기로 나갈 거야

 긴 어둠의 통로를 지나면 눈부신 빛이 있고, 얼굴로 불어오는 바람도 싫지 않아

 그리고 마음이 내키면 조금 미소도 지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있지, 저것이 정말로 창문이라면 말야

 나는 저문을 닫아걸고 가장 짙은 색의 커튼을 내리고

 아무도 깨우지 않는 잠을 자고 싶을 거라고 생각해

 

 그렇다면 애초에 창문 같은 건 필요 없지 않아? 라고 네가 말할 때

 우우웅, 조그 버튼이 눌러진 영화처럼 아득하게 뭉개지는 목소릴 들으며

 스르륵 잠들어버리는 것, 그런 것 말이야, 오오, 창문이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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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서정적자아 2010.01.22 14:33

    미수퍼가 궁금해지는... 그런 사진입니다.
    도대체 미수퍼라는 카메라는 어떤 카메라일까..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22 22:38

      제 두눈으로 보았던 게 현실이라면
      미수퍼가 담아내는 건 마치 꿈 같아요
      늘 조금더 따뜻하고 조금더 다정한 색감을 보여주는
      그런 카메라랍니다, 저에게는.

    • addr | edit/del 서정적자아 2010.01.23 02:37

      아, 맞아요. 그런 느낌이 미수퍼의 느낌이죠..
      저는 미수퍼를 사용해본 적은 없지만.
      수많은 블로그의 느낌들이 좋을때.. 카메라를 확인해보면 미수퍼유저들이더라고요..
      슈풍크님이 말씀하신.. 꿈같이 아련한 느낌..

      오늘 저는 펜ee-3을 주문했어요..
      제 후배는 저의 강력한 추천으로 미수퍼를 주문했고요.
      내일 도착한다니 무척이나 설렘설렘.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23 10:02

      새로운 카메라와 대면하는 날..
      아, 완전 떨려요.
      펜삼이가 아마도..하프카메라죠?
      저도 비슷한 기종으로 캐논드미를 갖고있는데,
      사진 빨리 보고싶어서 무려 72장을
      한장소에서 미친듯이 찍어댄 기억이 나는군요ㅋ
      새로운 사진들 기대할게요 :)

  2. addr | edit/del | reply 느림보 2010.01.22 19:29

    hallway라는 말은 hollow 라는 말을 연상시킵니다.
    공간이면서 사이. 뭔가 있으면서 없는 곳.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22 22:46

      좋네요, 공간이면서 사이, 있으면서 없는 곳.

      저는 사실 '홀'이라는 음절에서
      언니네이발관의 '태양없이'란 노래를
      떠올렸습니다만..

절반의 얼굴

2010. 1. 20. 16:22 from songErie

 

 

 


 

 

 

 

 

 

 

 

illustrator soony

www.dsweetvery.com 

 

 

 

 

 

 

아직도 남아있는 그대 얼굴

가장 마지막까지 나를 아프게 한 것은,


어찌하여 내 곁에서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던 그대 얼굴


그때 절반의 마음속에 아픈 그녀가 있는 걸 알았더라면

좋아하지 말 걸 그랬지만


언젠가 한번이라도 생각해줘요,

당신은 사랑받았었어요, 정말로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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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흰돌고래 2010.03.05 01:19

    표정이 너무 슬퍼요. T_T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05 09:22

      그러게요. 자꾸봐도 슬픈 ㅠㅠ
      우연히 알게된 일러스트레이터인데
      선과 색감이 소녀스러우면서도, 깊고 슬퍼서
      무척 아끼는 팬이 되었어요. 관심 있으시면 위의 홈페이지
      들어가 보셔요. 드로잉이 예술이랍니다.

    • addr | edit/del 흰돌고래 2010.03.05 11:03

      작가님이 저랑 나이가 같네요T.T
      그림 정말 좋아요 슈풍크님!!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05 17:17

      비슷한 나이일 것 같았는데, 동갑이요?
      아, 꽃같은 아가씨들 +_+
      작가분 얼굴도 아는데,
      제가 떠올리는 두분 이미지가 왠지 닮았다는. 히히.

살겠다,

2010. 1. 20. 16:03 from paRamnésie

0

                       

 

 

 

 

 

 

 

 

 

 

 

 

 

 

 

 

그런 말은 그럴 때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널 보니, 살겠다, 라니요

 

 

내게 겪게한 일이 정말로, 죽을 만큼, 당신에게 미안한 일이었나요

 

그 미안함 때문에 도저히 얼굴을 마주할 수 없을 만큼?

 

아니요, 아니요

 

그런 건 어른들의 거짓말 베스트3 중 하나입니다

 

내가 동굴 속에서, 오래전 그자리에서 죽어간 뼈들과 인사하고 있을 때

 

당신은 패밀리레스토랑에서 귀여운 딸아이 입속에

 

피가 배어나는 미디엄의 스테이크를 잘게 썰어 넣어주고 있던 걸요

 

만약에 그순간 나를 보았더라면

 

당신은 살겠다, 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요

 

세상이 나를 죽이기로 작정하면 한주먹 꺼리도 아니란 것을, 당신 덕분으로 알게 된 사람한테

 

살겠다, 라니요

 

이제 내가 어떻게 살아가더라도 당신은 미안하다, 는 말만 앵무새처럼 백 번 하면 되는 것이죠

 

그 백 번을 다 채우면 당신은 대단한 뭔가를 깨달은 듯이, 인생은 자기만의 몫

 

이라고 말하면 되는 것이죠

 

네네. 인생은 자기만의 몫, 입니다

 

그 생각을 하며 잠이드니 아침에는 비가 내립니다

 

쪽문 밖으로 팔을 내밀고, 비가 오니 살겠다, 라고 내가 생각하는 것도

 

비가 들으면, 껄껄, 웃을 일이지요

 

당신은 나 때문에 죽지 않고, 나는 비 때문에 죽지 않겠지만

 

그래도 어쩝니까

 

아, 나는 비가 오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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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첫 순서

2010. 1. 17. 18:45 from paRamné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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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거 알아요?

  기억상실증에 걸리면요

  제일 먼저 고유명사를 잊고, 그 다음에 보통명사를 잊고

  그 다음에 동사를 잊는대요

  일부러 순서를 지키기라도 하는 것처럼요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아, 상상만해도 멋지지 않아요?

  제일 먼저 당신 이름을 잊고

  그 다음엔 닳고 닳은 사랑이라는 말을 잊고

  그리고는 당신에게 잘 보이려 애썼던

  어쭙잖은 행동들을 다 잊는 거예요

  순서대로, 차근차근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진심이든 뭐든 상관없지 않아요?

  제일 먼저 잊혀질 고유명사 주제에. 라고는 말하지 못한다

  우리들은 모두, 고작 고유명사일 뿐이다

  그리고 진심으로는 단 한번도

  그런 병에 걸리기를 바란 적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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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유령수업 2010.01.18 01:15

    아. 이거 참.
    무언가 이 밤에 읽어선 안 될, 글을 읽은 것 같은 기분인 걸요.

    이 마음으로 어찌 잠들고
    일어나 출근은 어찌 할지 ㅎㅎ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18 10:12

      제 보잘것없는 글이 숙면에 누를 끼치다니요.
      무언가 써선 안 될 글을 쓴 것 같은 기분인 걸요. ㅎㅎ

      무사히 출근하셨기를 :)

  2. addr | edit/del | reply 고무풍선기린 2010.01.18 13:22

    고유명사, 보통명사, 그리고 동사 순인줄은 몰랐어요.

    누군가 불러주기 전까지는 보통명사에 불과해서
    고유명사가 되는게 좋은 건 줄로만 알았더니
    그렇지만도 않네요.

    보통 구경만하고 슬그머니 도망가는 타입인데,
    한 마디 남겨보고 싶었습니다. ^^;;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18 17:29

      기억상실증에 걸리지만 않는다면,
      정반대의 순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한번 기억되면 잘 잊히지 않는 것,
      서정주 시인이 노년에 세계의 어려운 산이름들을
      일삼아 외우셨다는데, 왜 그러셨을까
      자꾸 생각하게 되네요.

      슬그머니 도망 가시는 것도 괜찮지만요ㅋ
      흔적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

  3. addr | edit/del | reply 서정적자아 2010.01.18 15:10

    아, 사진 따뜻하고 정겹습니다. :)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18 17:32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서정적자아님 사진이야말로
      마음이 참 훈훈해져요.
      글은 더더욱이요 :)

  4. addr | edit/del | reply 꼬뮌 2010.01.18 15:50

    이거... 태국에서 찍은 사진이신가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18 17:35

      네. 태국에 있는 저의 발이군요 :)
      근데 저기가 태국이라는 것이
      도무지 증명되지는 않는 사진이네요
      국경을 넘어가서 발이나 찍고 있다니요ㅋㅋ

  5. addr | edit/del | reply 느림보 2010.01.19 01:20

    무서웠습니다.
    사진.
    대롱대롱.

    글은. 아프고 아득합니다.
    귀가 먹먹하게.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19 10:59

      대롱대롱, 이란 단어를 이해한 순간..
      아, 무섭습니다, 저도.
      그런 이미지를 보셨다면 도저히
      무섭지 않을 수가 없으셨겠어요.

      그렇지만, 안심하세요.
      저여자의 두발은 땅에 닿아 있어요 :)

    • addr | edit/del 느림보 2010.01.19 11:57

      태국에 발을 두고 오셨군요.
      그렇다면 손과
      눈과 팔과 다리와
      말과 한숨과 웃음들이
      어딘가를 채우고 있겠네요.

  6. addr | edit/del | reply 수줍은영혼 2010.01.22 12:20

    제일먼저 잊혀질 고유명사 주제에...... 망치로 맞은듯 합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22 22:51

      저한테 해주고 싶은 가장 독한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에구, 제가 본의 아니게 망치질을..
      수줍은영혼님. 반가워요 :)

  7. addr | edit/del | reply 旅인 2010.06.01 15:08 신고

    결국 기억상실증의 끝은 모든 언어의 실종이네요.
    이해가 갑니다. 영화 속의 기억상실증은 고유명사의 상실까지만 이라는 것을...
    그런데 저도 사람의 이름이라든가, 숫자들의 고유한 얽힘 등에 대한 기억상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니 과거의 기억을 상실하는 것보다, 현재를 기억하고 담아두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과거의 아픔과 사랑을 잃어가는 것보다, 현재를 느끼지 못하고 둔감해져 가는 것이 더 슬픈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슈풍크님의 발 사진을 보면서 굽이 낮고 편한 신발을 신고 다니며, 그만큼 키가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태국이라는 단어에 기행문이 있을까 했더니 없네요. 아쉽습니다.

내가 아니라, 너야

2010. 1. 17. 02:55 from luMiè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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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야 당나귀야,

 

  갇혀있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

  근데도 웃고있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

 

  이곳을 나서면 난 너를 잊을 건데, 그렇게 웃으면 어쩌라는 건지

  너만 보라는 듯이, 그렇게 큰눈을 꿈뻑이면 어쩌라는 건지

 

  이보시게 바보양반,

 

  갇혀있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

  근데도 웃고있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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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흰돌고래 2010.04.13 23:06

    ... 정말 바보 같아요. 내가요. T.T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14 15:02

      며칠 전에 또 동물원에 갔는데
      저녀석이 안보여서 서운했어요.
      저 커다란 눈을 보고 있으면 정말 바보가 되고 말아요.
      누구든 그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