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에 해당되는 글 16건

  1. 2010.02.28 모닝콜을 부탁해 (4)
  2. 2010.02.26 나도, 그리고 아마 그녀도 (6)
  3. 2010.02.26 천박해질 권리 (5)
  4. 2010.02.24 순간, (6)
  5. 2010.02.20 꿈에서 온 트랙백 (16)
  6. 2010.02.19 당신도 우리를 보나요? (8)
  7. 2010.02.17 찌질한 특기 (6)
  8. 2010.02.16 그섬 (10)
  9. 2010.02.16 20050902 날씨맑음 (10)
  10. 2010.02.13 찍을 수 없는 것 (12)

모닝콜을 부탁해

2010.02.28 11:16 from pour Moi

 

 

 

 

 

 

 

 

 

 

 

 

 

 

 

 

 

 

피터팬콤플렉스 - Morning call

 

 

 

이건 뭐,

 

티비에 나오는 희열옹을 보는 느낌과 흡사하야

애처로우면서 난감하면서 거참 이를 어째 ㅋㅋㅋㅋ

숨막히게 진지한 표정이신데,

웃어서 죄송합니다

 

그래두 모닝콜, 감사합니다

사실은, 모닝콜 전에 이미 기상하였습니다

이런 날은 왠지 기분 좋아요,

이제 전장으로 고고씽할 시간!

 

자, 고속버스를 타야합니다, 무려 고속입니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면 분명 나는 원고를 끝장내고 유유히

삼일절 기념 나들이를 졸면서 가고 있겠습니다,

차창에 머리 쿵쿵 찧어가면서, 흐흐흐

 

그러리라 믿슘미다, 그래야만 함미다!

 

 

 

 

 

 

 

 

 

 

 

 

 

 

 

 

 

 

 

 

 

 

 

 

 

 

 

 

'pour Moi'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래도 이사랑이 나는  (10) 2010.03.19
모닝콜을 부탁해  (4) 2010.02.28
음력의 나날들  (12) 2010.02.06
귀여움, 되도않는 집착  (11) 2010.02.02
하지만 슬프게도  (2) 2010.01.24
오늘의 자장가  (0) 2010.01.11
Posted by shoopoonk 트랙백 0 : 댓글 4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느림보 2010.02.28 23:40

    지금도 어쩌면, 여하튼 참 좋아하는 이가 저에게 모닝콜을 부탁했을 때의 기쁨. 매일 매일 잊지 않고 전화하던 기억이 나네요.

    요로코롬 베이스가 강한 음악을 들을때마다. 제가 쓰는 BOSE Triport OE 헤드폰이 아.. 참 좋구나 싶습니다. 음. 왠 자랑질.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01 03:11

      모닝콜, 이거 아무한테나 부탁 안하는 건데요,
      그분의 마음도 느림보님과 같지 않을까요?
      지금도, 라면 잘 해보심이~ㅎ

      흠. 헤드폰은.. 그게 뭔지 모르므로
      자랑질하신 보람이 당췌..ㅋ

      결론적으로 자랑질이 아니라 염장질 하신듯. 쿨럭.

  2. addr | edit/del | reply 위소보루 2010.03.01 15:05

    차창에 머리를 쿵쿵 찍어가면서 돌아오고 계신가요?
    목적하셨던 원고는 혹난 머리를 감추며 제출하시면 될 정도로 완성하셨길 바래요 ㅎㅎ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02 13:37

      하하. 혼수상태에 가까워지니
      차창에 머리찧을 정신도 없더군요 ㅋㅋ
      변동사항이 있어 원고는 아직도 진행중이고요.
      에휴. 연휴의 증거물이 없군요, 심지어 혹도 없고 ㅋㅋ

 

 

 

 

 

 

 

 

 

 

 

 

 

 

 

 

 

 

 

 

 

 

 

나도, 그리고 아마 그녀도,

이 세계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얼마나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든

마지막까지 애착할 수밖에는 없다는 것,

어떤 더러운 일을 겪든 살아있음은 소중하다는 결론..

늘 숨이 차는 급경사다, 그래도 그런 오르막길을

기어이 오르고 싶은 기분, 이라는 게 있다.

그럴 때 나는 일본 영화를 본다.

 

아는 우리말 단어가 몇 개 안 되는 노리코씨와 이틀 꼬박 편집실에 갇혀 지냈다.

진절머리나는 열세 개의 테잎과 토나오는 타임코드들과 함께.

나는 펭귄과 함께 갇힌 코끼리의 기분이 되었다. 한쪽은 꿱꿱 거리고,

한쪽은 귀로 부채질만 해댄다. 내가 보는 이것이 끔찍하게 긴 판타지무협액션멜로영화, 라고 상상했다.

정말인가 보았다, 억지스럽지만 어쨌든 끝은 났으니까.

 

'오이시'며 '쓰고이'며 감탄사라면 아주 신물나지만,

언젠가 삿포로에 가고 싶다.

아이누의 언어로, 건조하고 광대한 땅.

밖에는 눈이 아니라 비가 내리고, 지금 내가 보고 싶은 건

북해도의 위성사진과 신카이 마코토.

 

사랑, 이란 게 어느 순간 아연해지듯

환멸도 그렇게 무뎌져야 옳다. 라고 말한다면

노리코씨는 분명 아연하다는 말과 무뎌진다는 말, 그리고

환멸이란 단어를 모를 것이다.

 

이거참 멋지다.

통역되지 않아도 좋을 말들이 있다. 이토록 편협한 세계를,

아직도 좋아한다.

 

 

 

 

 

'songEr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제가 행복해? 바로 지금.  (4) 2010.03.10
앉아서 노래하는 사람  (4) 2010.03.03
나도, 그리고 아마 그녀도  (6) 2010.02.26
당신도 우리를 보나요?  (8) 2010.02.19
찍을 수 없는 것  (12) 2010.02.13
죽겠다고 찾아간 곳에서  (3) 2010.02.10
Posted by shoopoonk 트랙백 0 : 댓글 6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엘군 2010.02.27 01:54

    제가 손꼽는 애니중에 하나군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27 11:04

      저두요 :) 신카이마코토란 사람
      섬세한 감성, 부분에선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2. addr | edit/del | reply 旅인 2010.03.01 00:51

    저도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보다 대사에 매혹되었습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01 01:43

      저도 이 사람 작품을 전부다 보았는데요,
      그림도 너무 섬세하지만, 대사에서 묻어나는 감성은
      그전까지 보았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정말 매혹, 이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

  3. addr | edit/del | reply 흰돌고래 2010.03.01 23:38

    저도 어떤 애니인지 궁금해요. 보고 싶어요!

    저도 이 세계를 좋아합니다..

    슈풍크님! '나의형, 빈센트' 이거 아주 어린이들 책이었어요.. 그림이랑은 참 좋은데 글귀가 너무너무 적더라고요.. 저는 '영혼의 편지'를 생각했었거든요; 아 그림이 환상적이라고 했을때 좀 눈치를 챘어야 했던건지 -.- 그래도 어쨌거나 좋아요:) 헤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02 13:27

      우선 <초속 5센티미터>를 보시면
      흰돌고래님이 무척 좋아하실 거란 생각이 드네요.
      가장 유명한 작품이니 어렵지 않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는 걸, 흰돌고래님에게서 느낄 수 있어요 :)

      그리구 사실은 를리외르와 나의형 빈센트
      두권이 바로 10분전에 제손에 도착했습니다. 히히.
      돌고래님 댓글을 봤으면 안 샀을지도 모르지만
      아 저는 이런 책 완전 사랑합니다.
      글은 짧지만 한번을 읽어도 충분히 깊고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쁨인 책.
      책의 크기와 모양, 표지와 그림과 글씨의 정렬과
      작가 후기와.. 이 모든 것들이 맘에 들어요.
      전 실망 안했어요. 흐흐.

천박해질 권리

2010.02.26 03:42 from paRamnésie

 

어떤 곳을 지옥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사람들을 그 지옥에서 어떻게 빼내올 수 있는지,

그 지옥의 불길을 어떻게 사그라지게 만들 수 있는지 까지 대답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따라서

우리가 타인과 공유하는 이 세상에 인간의 사악함이 빚어낸 고통이 얼마나 많은지를 인정하고,

그런 자각을 넓혀나가는 것도 아직까지는 그 자체로 훌륭한 일인 듯하다.

이 세상에 온갖 악행이 존재하고 있다는 데 매번 놀라는 사람, 인간이 얼마나 섬뜩한 방식으로

타인에게 잔인한 해코지를 손수 저지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를 볼 때마다

끊임없이 환멸을 느끼는 사람은 도덕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못한 인물이다.

나이가 얼마나 됐든지 간에, 무릇 사람이라면 이럴 정도로 무지할 뿐만 아니라

세상만사를 망각할 만큼 순수하고 천박해질 수 있을 권리가 전혀 없다.


수잔 손탁  ‡  타인의 고통 中

 

 

 



 

 

 

 

 

 

 

 

 

 

 

 

 

 

 

 

 

라디오는 어때? 라고 당신이 물었을 때

그 화창한 봄의 수목원에서요,

매일매일 빨고 또 빤 빨래를 색이 다 빠질 때까지

유한락스에 손이 삭아서 없어질 때까지 문대고 있는 기분이에요, 라고 내가 말할 때

당신 손엔 수잔 손탁의 책이 들려 있었지요. 재밌어요, 그책?

고통인데, 재밌을리가. 그래봐야 타인의 것이잖아요.

그리고는 꽤나 짜증스런 선문답이 이어졌는데, 내가 했던 말도 당신이 했던 말도

기억에 없어요. 당신은 꽃들 속에 지친 듯 앉아있었고,

나는 카메라를 들고도 사진을 안 찍었지요.

왜 그랬을까요, 봄이 너무 휘황하여 그랬나요?

그 봄이 또 오려는지 오늘은 날이 따스했지요, 이제는 당신에게 말하고 싶었어요.

이것은 다른 무엇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고통, 일 뿐이라고요.

미안하단 말 듣기 싫고, 무력하단 말은 더 듣기 싫고

그냥 읽지 않을 책의 목록이 좀 더 생겼습니다, 라고요.

말하건대 수잔 손탁은 읽지 않겠어요, 아무와도 수잔 손탁에 대해선 이야기 않겠어요.

이것이 당신에 대한 내 애정과 환멸과 고통에 대한 맹세라면 코웃음 칠 건가요?

그래도 다행인 건, 다시는 수목원에 안 가겠어요,

라는 말은 죽어도 못 하겠네요.

무엇을 잃어도 아 수목원에는 가고 싶어요, 어서 장미가 피어서,

그 화려한 것들을 차마 찍지는 못하고 보고만 싶어요,

느리게 지나는 오후 내내, 넋을 놓고. 천박하게

 

 

 

 

 

 

 

 

 

'paRamnés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しろ  (4) 2010.03.26
소멸을 꿈꾸는 이면지  (6) 2010.03.16
천박해질 권리  (5) 2010.02.26
꿈에서 온 트랙백  (16) 2010.02.20
20050902 날씨맑음  (10) 2010.02.16
여행하는 남자  (4) 2010.02.03
Posted by shoopoonk 트랙백 0 : 댓글 5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느림보 2010.02.26 10:21

    지금의 여기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환멸과 분노를 끊임없이 느끼고 있는 저는 ㅠ.ㅠ
    까짓거. 그냥 미성숙한거 인정 ! ㅋ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26 20:28

      지금의 여기에서는, 성숙이 성숙하지 못하고
      미성숙이 미성숙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천박함이나 탐하고 있는 것이 참 부끄럽네요..

    • addr | edit/del 느림보 2010.02.27 09:39

      사실은 수전 손탁을 좋아합니다. 정확히는 그의 얼굴을 좋아한다고 하는게 맞겠죠. 이사람 책을 사게 된것도 얼굴에 반해서 샀으니까요.

      간혹 글이 안풀릴때 읽는 책들이 있는데, 손탁의 책이 그렇습니다. 명문이라기엔 좀 뭤하지만, 기능적이고 명료합니다. 군더더기 없이 글을 쓰고 싶은데 말이죠. 생각이 너무 많아요. 오대수씨랑 비슷하게. 그럼 나도 5 년간 군만두 철창에 가야할까요. 흙.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27 11:22

      제가 르 클레지오 책을 산 이유와 비슷하군요. 하하하.

      저는 뭐랄까, 엄격함이 느껴지는 작가를
      좀 무서워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의미나 다른 이미지를
      전혀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압도적인 느낌을요.
      맹세는 맹세이고, 두려움은 두려움이고,
      좋은 글에 대해선 앞뒤 안가리고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상상을 하지 말아봐, 라는 오달수씨 대사가
      음성서비스로 ㅋㅋㅋ
      군만두 말고 산낙지를 드셔보심이..
      그리구 오대수씨정도 명료해지시려면,
      똑같이 15년 정도는.. ㅋㅋㅋ 죄송해요.

    • addr | edit/del 느림보 2010.02.28 09:45

      앗. 손탁은 엄격하지 않은데. 저에겐 거의 여자 아이돌입니다. :)

순간,

2010.02.24 03:16 from luMière

 

 

 

 

 

 

 

 

 

 

 

 

 

 

 

 

 

 

 

 

 

 

 

 

 

 

 

 

 

 

 

 

 

 

 

 

 

 

 

 

 

 

 

 

 

 

  철커덩,

 

  표피의 감각이 감정이라는 핵심에 도달하는 것은

  순간이다

  그러나 절망적이게도

  중심으로 돌진해버린 것은, 다시 돌아나올 길이 없다

  그 막다른 골목에서 나는

  붉게 물드는 바다를, 그녀를, 보고 있었다

 

  철커덩, 빛이 닫힌다

  눈이 시다.

 

 

 

 

 

 

 

 

 

 

 

'luMiè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망도 뭣도 아니라  (6) 2010.03.05
너의 빨간 혀  (0) 2010.03.02
순간,  (6) 2010.02.24
그섬  (10) 2010.02.16
어둠나무숲  (7) 2010.02.03
우리 너무 멀다..  (6) 2010.01.27
Posted by shoopoonk 트랙백 0 : 댓글 6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느림보 2010.02.24 06:35

    스티글리츠가 인물사진을 찍는다면. 딱 이렇겠네요.
    아침부터 눈이 호강합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24 15:51

      스티글리츠의 인물사진..
      아는 바가 없어 검색을 해봅니다.
      사진보다도 조지아 오키프의 말이 인상적이네요.

      "내 사진을 그의 사진전에 처음으로 전시한 것은
      앤더슨 갤러리에서였는데,
      여러사람들이 전시된 사진을 보고 그에게 부탁하기를
      그가 날 찍은 것처럼 자신들의 아내나 애인을 찍어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알프레드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알프레드처럼 아내나 애인을 찍으려면
      얼마나 가까운 관계가 되어야하는지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아무도 그에게
      그런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지는 못할 것이다."

      피사체와의 거리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좋은 숙제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느림보님 :)

    • addr | edit/del 느림보 2010.02.24 17:31

      http://www.kyushu-ns.ac.jp/~allan/Documents/CCEurope-04.html
      여기 첫 번째 사진을 연상했어요. 슈풍크님 사진 보면서.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25 00:33

      와, 희뿌연 무언가가 그의 사진을 휘감고 있네요.
      수증기인지, 안개인지, 연기인지
      살아있는 입김 같다가도, 자욱한 한기 같고요.
      뭐라 할 수 없이 멋집니다.

    • addr | edit/del 느림보 2010.02.25 06:47

      그래서 슈풍크님께서 찍으신 사진을 보면서 과연 저 희뿌연 것이 무엇일까. 해변가에 피워놓은 모닥불일까 아니면 안개 일까. 아니면 엑토플라즘. 촬영자의 정념이 물화된 것일까. 별별 상상을 했으나 아직 정답은 오리무중.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25 10:18

      정념이 물화된 것이에요,
      라고 왠지 말하고 싶지만요 ㅋㅋ

꿈에서 온 트랙백

2010.02.20 22:16 from paRamnésie

 

 

 

 

 

 

 

 

 

 

 

 

 

 

 

 

 

 

 

 

 

그러니까, 안녕,

 

어젯밤엔 꿈많은 얕은 잠이 왔었습니다

그 꿈속에서 나는 웃었습니다

한 순간도 울고 싶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 꿈에 있는 동안, 바람이 불고, 나는 뿌리없이 흔들리고

뿌리가 돋아 그 뿌리가 뽑힐 때까지 흔들리고

그러고도 나는 웃었습니다

 

얼굴도 없는 당신이 내게 말했었습니다

넌 일생 미움 받지 않으려고 발버둥쳤지만

그것은 사랑 받지 않으려고 발버둥친 거와 같았어,

순간 그곳은 호수가 되었습니다

저기, 쉴새없이 자맥질하는

오리가 보여요,

 

쏴버리고 싶다, 라고 생각하자

내꿈의 전지적작가가 내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총을 가져본 적이나 있었니,

너의 영혼은?

라고 말하자 참지 못하는 것은

내 영혼입니까, 오리입니까, 내 가져본 적도 없는 빈총입니까

 

방아쇠를 당겨본 일 없으나

나는 알고있습니다, 자각몽을 꾸는 자에게

총 따위는 필요 없어요,

자맥질하는 오리의 젖지 않는 꽁지털 빛깔이 곱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은 것들이 내가 한껏 탐낸 꿈이었으니

안녕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이꿈은 끝나게 되어 있으니

 

그러니까, 안녕,

이라고 나는 말해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안녕,

숱한 내 에필로그들

에필로그의 에필로그들, 의미도 없이 반복하여

그러니까, 안녕,

 

 

 

 

 

 

 

 

 

 

 

'paRamnés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멸을 꿈꾸는 이면지  (6) 2010.03.16
천박해질 권리  (5) 2010.02.26
꿈에서 온 트랙백  (16) 2010.02.20
20050902 날씨맑음  (10) 2010.02.16
여행하는 남자  (4) 2010.02.03
살겠다,  (0) 2010.01.20
Posted by shoopoonk 트랙백 0 : 댓글 16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흰돌고래 2010.02.20 22:25

    아 소규모아카시아밴드 노래 - so good bye . 좋아하는 노래에요 -
    슈풍크님, 저는 왜 이 글이 좋을까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20 22:34

      꽤 지난 노래지만,
      계절마다 한번쯤은 듣곤하는 노래예요.
      다음번 들을 땐 봄이겠네요. 히.

      이글이 좋으시다면 아무래도
      오리가 등장해서가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ㅋㅋ
      귀여운 동물들을 사랑하는 흰돌고래님 :)
      총, 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게
      왠지 미안해지고 있어요..ㅋ

    • addr | edit/del 흰돌고래 2010.02.20 22:48

      오리때문일까요? 정말 그럴까요?^^
      (ㅎㅎㅎ)

      아니에요 슈풍크님, 저 꽤나 과격(?)해요. 그러니까 그런 단어 아무렇지도 않아요.. ㅎㅎㅎㅎ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20 22:54

      아하하. 빵터졌어요.
      그럼 총 때문에 좋으신 건가요? ㅋㅋㅋㅋ

      흰돌고래님의 과격하신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다니, 흐흐흐.

  2. addr | edit/del | reply 느림보 2010.02.21 00:21

    http://www.raysoda.com/Com/Photo/View.aspx?u=27634&f=U&pg=1&p=386377
    안 녕 하 고 인 사 를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21 00:55

      방 과 책 과 컵 과 시 디 와 창 문 과 삼 파 장
      스 탠 드 와 바 닥 에 버 려 진 가 방 과 혼 자
      남 아 있 는 시 간 들 위 로 쌓 이 는 말 없 는
      먼 지 들 과 창 밖 으 로 사 람 들 지 나 가 는
      소 리 와 이 모 두 를 가 능 하 게 해 준 모 든
      것 들 에 대 해 안 녕 하 고 인 사

      했습니다. 이 안녕은 굿바이가 아니라
      헬로우인가요? :)
      스탠드 켜두고 늦도록 글쓰고 싶을 것 같은 방이에요.
      역시 느림보님이시라
      귀퉁이에 밀란쿤데라의 느림이 보이는군요.
      나머진 눈나뻐서 안보이고..
      사진들도 잘 보았습니다. 헤헤.

  3. addr | edit/del | reply 클리티에 2010.02.21 01:26

    아아, 슈풍크님이 보내주신다던 트랙백이 어디있을까 했는데.. ^^*


    So Goodbye, 서정적이면서 우울하죠.. 후렴구를 반복해서 듣습니다.

    So Goodbye, I'm gone..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21 01:47

      보내는 방법을 아직도 잘 모르겠어서..
      마음으로만 보낸 거였어요 :)
      수동 트랙백? ㅋㅋ

      밝은 노래도 아닌데, 가끔 흥얼거려요.
      신나서 부르는 콧노래처럼요..

  4. addr | edit/del | reply 꼬뮌 2010.02.21 02:14

    스몰 아카시아 밴드, 저는 제가 모르는 어느 외국 인디밴드인줄 알았네욬ㅋ 하마터면 피치포크에서 스몰 아카시아 밴드를 검색해볼면 했습니다.

    저는 평소에 꿈을 잘 안꿔요. 제가 잠을 잘자나봅니다. 이래뵈도 불면증이 약간 있는데도 말이죠.
    오~래전부터 자각몽을 꾸는 사람들이 무척 부러웠어요.
    그래서 자각몽을 꾸는 연습을 시도(금방 그만두었지만)하기도 했는데
    애당초 꿈을 안꾸니 연습이고 뭐고 없더군요.
    (저는 그냥 꿈이라도 좀 많이 꾸고 싶어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21 03:34

      피치포크에서 스몰아카시아밴드를 치세요,
      암껏두 안 나와요 ㅋㅋ 꼬뮌님, 노래가사가 영어여서
      그러셨군요. 팀이름과 제목을 테그에만 넣어뒀더니
      이런 혼돈이..ㅋㅋ

      그리고 자각몽을 연습하시다니요. 하하.
      전 자주 꾸는데, 이건 뭐 알려드릴 수도 없고ㅋ
      꿈없는 잠이 최고죠!
      꿈을 대하드라마로 꾸는 저는
      꼬뮌님이 부러운데요.

  5. addr | edit/del | reply 엘군 2010.02.21 04:12

    꿈을 잘 꾸지 않는 저로서는 신기하네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21 22:42

      신기한 일인 줄 몰랐어요.
      원래 꿈을 많이 꾸는 편이니까 확률적으로
      자각하는 경우도 조금 더 많으려니 했는데
      오, 왠지 재밌어요ㅋ

  6. addr | edit/del | reply 위소보루 2010.02.21 20:42

    이 노래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Love is lie는 무척이나 닮아 있더라구요. 한때 이 두곡과 에피톤 프로젝트의 그대는 어디에,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를 같이 무한 반복으로 들었었던 기억이 나네요 ^^

    전 반복되는 꿈을 많이 꾸는 편이었는데 요샌 새로운 스토리들이 있더군요. 물론 잘 꾸지는 않지만요 ㅋ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21 22:53

      버터플라이랑 랄라라도 그렇구요..
      전체적으로 쓸쓸하고 단조로운 느낌이 가득했는데
      지금도 1집 만한 앨범이 없다고 생각돼요.
      글구 에피톤프로젝트를 좋아하신다니,
      아무래도 즐겨듣는 노래들이 꽤 비슷할 것 같은데요.
      혹시.. 파스텔뮤직 단골 아니신지?ㅋ

      저는 반복되는 꿈은 거의 꾸어본 일이 없어서
      간혹 그럴 때면 굉장히 신경이 쓰이더군요.
      하지만 대부분이 그냥 개꿈ㅋㅋ

  7. addr | edit/del | reply 旅인 2010.03.12 18:05

    넌 일생 미움받지 않으려고 발버둥쳤지만
    그것은 사랑받지 않으려고 발버둥친 거와 같았어

    이 구절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습니다.

    저는 스몰 아카시아 밴드의 노래보다 비디오가 너무 마음에 듭니다. 저도 젊고 아리따운 아가씨의 한쪽 신발을 들고 냅다 달아나고 싶군요. 저 CD플레이어에서는 어떤 음악이 흘러나올까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12 21:22

      다 안다, 라는 말보다 조금은 이해한다, 라는 말을
      더 믿습니다. 감사해요.

      노래도 좋지만 사실 저 비디오를 무척 좋아합니다.
      남자가 신발을 집어가는 타이밍은 늘 떨려요.
      이어폰에선 몹시 쓸쓸하고도 따스한 목소리,
      이를테면 어떤날의 '초생달' 같은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내릴 쯤엔 그녀가 슬며시..
      웃을 거라고 상상했습니다 :)

 

 

 

 

 

 

 

 

 

 

 

 

 

 

 

 

 

 

백만 년만의 심야영화. 오늘 보려 했던 것은

사실, 의형제, 였다

하지만 어쩌면 나는 집을 나설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의형제보다 먼저 봐야만 했던 영화, 이상하게도 그 꿈같은 세계를 보고싶지가 않아서

그 세계에 마음을 빼앗기고 싶지가 않아서 이리저리 피하고

눈가리고 아웅, 하던 중이었지만, 결국 볼 것이란 생각이 든 것이다

아니, 보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드디어,

 

아바타.

 

왜 그랬는지,

거짓으로 만들어놓은 그 세계가 세세하고 견고할수록

나는 마음이 아팠다

수풀 속에서 상상도 못한 동식물들이 튀어나올 때마다

옴마야, 하고 가슴을 쓸면서 나는 놀란 것이 아니라

마음이 쓰라렸다

한 가지 묘한 것은 극이 진행될수록 그 세계는 온통 다 망가져가는데도

시작할 때의 그 쓰라림은 줄어들었고 뛰던 가슴이 잦아들었다

이 아름다운 것들은 다 꿈이다, 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어쩌면 이건 꿈이 아닐 거야, 라고 생각하더니

이내 이건 꿈이 아니라, 이 세계야,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엇이었을까

 

우리로 하여금 현실과 멀리 떨어진 한 세상을 만들게 하고

침입하게 하고 탐험하게 하고

처참히 무너뜨리게 하고

마지막엔 구원하게도 한 것,

 

그리고 모두가 나란히 어둠 속에서 이상한 안경을 쓰고

그 세계를 웃게 하고 울게 한 것

당신과 맞잡을 길다란 촉수가 없음을 한탄하게 하고

I see you, 라는 말을 남몰래 따라해보게 만든 것,

 

이것은 꿈인가요, 가질 수 없는 꿈이어서

이토록 아픈 건가요, 현실에서 뻗어나온 그러나 현실에서 가장 먼 꿈

그것들이 눈앞에서 보란듯이 무너져갈 때..

우리가 그들을 보듯이, 아아,

 

당신도 우리를 보나요?

 

 

 

 

 

 

 

 

 

'songEr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앉아서 노래하는 사람  (4) 2010.03.03
나도, 그리고 아마 그녀도  (6) 2010.02.26
당신도 우리를 보나요?  (8) 2010.02.19
찍을 수 없는 것  (12) 2010.02.13
죽겠다고 찾아간 곳에서  (3) 2010.02.10
언덕위의 수영장  (7) 2010.01.30
Posted by shoopoonk 트랙백 0 : 댓글 8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흰돌고래 2010.02.19 20:12

    꿈이 아니에요 슈풍크님 T-T♡
    아바타 최고!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19 20:45

      다 꿈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렇게 말해주셔서 고마워요, 흰돌고래님!
      저도 ♡

  2. addr | edit/del | reply 클리티에 2010.02.21 01:24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기 힘든 세계관이 독특했죠.
    무위자연,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자연의 에너지를 느끼고 나는 그걸 빌려 쓰는 것뿐
    죽는 순간엔 그 빌린 에너지를 돌려줘야 한다는 동양적 세계관이 신선했어요.
    지구라는 틀을 벗어던지고 우주로 나가니 말 그대로 신세계가 열렸어요.
    아바타는 정말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줬네요.
    트랜스포머를 보면서 어릴적 내 동화가 스크린에 옮겨진듯한 기분이었는데
    아바타는 그냥 꿈 그 자체예요. 3시간 남짓 꿈을 꾸는 기분이었네요.

    그리고 저도..

    I See You..^^*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21 02:09

      정말요, 그것을 말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해 이 모든 것을 만들어냈다는..
      그런 절박함 같은 게 느껴지더라구요.

      I see you.. 는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 이후로
      정말 못잊을 대사가 될 것 같아요.
      클리티에, 라는 님프가 태양신 헬리오스를 사랑하여
      바라보고 바라보다 해바라기가 되었다지요.
      그러고보니 마치 꽃말 같네요
      I see you.. :)

  3. addr | edit/del | reply - 민짱 ☆ 2010.02.21 19:27

    절대공감입니다.

  4. addr | edit/del | reply 旅인 2010.03.08 12:51

    저는 우리가 지금 쓰는 언어가 아닌 전혀 다른 문법을 지닌 언어를 배우고 싶습니다.

찌질한 특기

2010.02.17 18:46 from morceAu

 

 

 

 

 

네스티요나 - 사라지지 않는 밤

 

 

 

01 찌질한 특기로다

 

단지 사진의 문제‚ 였던 것이

어느 새 삶의 태도 문제‚ 로 활활 번져간다

나는 억울하다‚ 고집 부린 적 없다

그렇기에 더 괴로운 것이다

의도가 아니라‚ 감출 수 없는 내 무능력‚ 이므로

 

위험하다

네스티요나를 반복재생해대는 오후

 

 

02  그녀가 썼다, 인격은 행동이야

 

그래 그렇구나, 인격은 물론

때로는 진심을 드러내는 것도 행동이지, 말이나 글이 아니라

그런데도 그때 분명 그 사람은 웃고 있었어,

어떻게 속일 수 있었을까? 속인다고 속을 수 있었을까?

그럴 수 있었던 그 마음들에 경멸을.

 

 

03 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

 

태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치욕에 관한 한 세상은 멸망한 지 오래다

가끔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난다

가능한 모든 변명들을 대면서

길들이 사방에서 휘고 있다

그림자 거뭇한 길가에 쌓이는 침묵

거기서 초 단위로 조용히 늙고 싶다

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비가 샌다

비가 새는 모든 늙은 존재들이

새 지붕을 얹듯 사랑을 꿈꾼다

누구나 잘 안다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태양이 온 힘을 다해 빛을 쥐어짜내는 오후

과거가 뒷걸음질 치다 아파트 난간 아래로

떨어진다 미래도 곧이어 그 뒤를 따른다

현재는 다만 꽃의 나날 꽃의 나날은

꽃이 피고 지는 시간이어서 슬프다

고양이가 꽃잎을 냠냠 뜯어먹고 있다

여자가 카모밀 차를 홀짝거리고 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듯도 하다

나는 길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다

남자가 울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궁극적으로 넘어질 운명의 인간이다

현기증이 만발하는 머릿속 꿈 동산

이제 막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났다

어디로든 발걸음을 옮겨야 하겠으나

어디로든 끝간에는 사라지는 길이다


심보선  ‡  슬픔이 없는 십오 초

 

 

'morceAu'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이 아니야  (6) 2010.03.04
브레히트를 읽는 여고생  (10) 2010.03.01
찌질한 특기  (6) 2010.02.17
멋진 세상, 악의는 없었소  (9) 2010.02.11
기억을 끌어다 놓았으니  (2) 2010.01.31
술은 물처럼 싱거운데  (10) 2010.01.24
Posted by shoopoonk 트랙백 0 : 댓글 6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서정적자아 2010.02.17 19:06

    아아, 심보선이군요. 시 좋네요.. 어찌할 수 없는 소문도 좋았는데.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17 19:13

      심보선의 시를 좋아하세요?
      아, 반가워라 :)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이 살아있음을..
      하는 부분이 기억나네요. 정말 좋아요, 그 시도.

    • addr | edit/del 흰돌고래 2010.02.19 20:19

      어찌할 수 없는 소문, 찾아봤어요!
      정말 좋아요 :*)))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19 20:41

      사려 깊으시구,
      부지런하기까지 하신
      흰돌고래님 *_*

  2. addr | edit/del | reply 2010.02.18 17:23

    비밀댓글입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19 02:11

      음산함으로 가득한 네스티요나를
      맘에 들어하시다니,
      비슷한 취향 완전 인증!ㅋ

      저도 문단 분위기 같은 거 잘 모르고요
      틀에 박혀있다고 느껴지는 시는
      애써서 읽지 않아요.
      언젠가 와닿을 때까지 그냥 내버려두죠.
      다만, 짧게 집중하는 장르를 좋아하기 때문에
      시에 가장 마음을 두는 편입니다.

      아, 정말 이 시는 보기 드물게
      아픈 포인트가 곳곳에 박혀있는 것 같아요.
      읽을 때마다 구석구석 아프네요.
      무언가를 같이 읽고 같이 듣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참 위로가 돼요. 고맙습니다 :)

그섬

2010.02.16 21:35 from luMière

 

 

 

 

 

 

 

 

 

 

 

 

 

 

 

 

 

 

 

 

 

 

 

 

 

 

 

 

 

  설마 너는 그때,

 

  추억이란 단어를 말하려 했던 건가

  그건 단지 깨끗하게 밀봉된 먼지일 뿐이라고

  그 말에 끝내 고개 끄덕이긴 싫었지만, 다시 그 섬에 간 것은

  내 뒤늦은 대답이었다

 

  우음도,

 

  바람 부는 날이면 우우

  소울음 소리가 들린다던 그 섬에는

  오늘 우편물이 없고, 내가 너를 기다린 일 따위도

  없던 일이 될 것이다.

 

 

 

 

 

 

 

 

 

 

 

 

 

 

 

 

 

 

 

 

 

 

 

 

 

 

'luMiè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의 빨간 혀  (0) 2010.03.02
순간,  (6) 2010.02.24
그섬  (10) 2010.02.16
어둠나무숲  (7) 2010.02.03
우리 너무 멀다..  (6) 2010.01.27
hallway  (6) 2010.01.22
Posted by shoopoonk 트랙백 0 : 댓글 10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서정적자아 2010.02.16 23:58

    미수퍼 아닐까 했는데.. 역시 미수퍼군요.
    사진 참 좋습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17 18:25

      자아님, 사실 늘 부끄럽지만..
      감사합니다 :)

      제 사진은 갈길이 멀지만
      미수퍼님은 능력자! ^0^

  2. addr | edit/del | reply 고무풍선기린 2010.02.17 11:38

    사진이 뒷모습이나 원경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씀은 결례가 되려나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17 18:38

      결례는요, 뭔가 정곡을 찔린 느낌이어서
      살짝 당황.. 정도 랄까요.
      그렇게 느끼셨다면 저에게 그런 점이 있었을 거예요.
      다만, 무엇을 정면으로 마주대하지 못하고
      멀리서만 바라보는 시각에 길들여진 사람으로서
      정말 찍고 싶은 걸 못 찍은 결과물이라고
      스스로 생각해볼 뿐입니다.

  3. addr | edit/del | reply ronyc 2010.02.17 23:38

    아우. 사진 너무 좋네요.
    사진, 이라기 보다는 사진을 남긴다는 행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쑥 내 사진기가 갖고 싶네요. 사진을 찍고 싶네요.

    정말 정말 찍고 싶은 그 날이 오면 뭐부터 해야할지 슈풍크 님께 살짝, 여쭤봐도 될까요? ㅋㅋㅋㅋ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19 01:49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냥 카메라가 아니라 '내 사진기'가 갖고 싶다는 건
      무언가 보고 싶은 것, 담고 싶은 것이 생기신 건가요?
      괜히 제 마음이 따뜻해질만큼
      삶에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

      필름 카메라에 관심이 있으신 거라면
      저는 해드리고 싶은 얘기가 너무너무 많답니다. 헤헤.
      정말 정말 찍고 싶은 그 날이 오면
      일단, 찍고 싶은 사진의 느낌이
      어느 제조사의 카메라와 맞는지를 파악해야 될 것 같아요.
      대중적인 필카로는 니콘, 펜탁스, 미놀타
      정도가 떠오르는데요. 저는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보다가
      펜탁스가 마음에 들었고, 미수퍼 사진에 반해버려서
      뭣모르고 그냥 확 질렀답니다. 하하.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지 마음에 담아두셨다가
      그와 비슷한 사진을 보게됐을 땐
      기종을 파악해서 우선 손에 넣고
      마음대로 만져보는 것이 첫번째라고 생각해요.

      아는 것은 많지 않지만
      궁금하신 게 있다면 아는 만큼 도와드릴 게요.
      흐흐. 왜 제가 이리 신나는 거죠? :)

  4. addr | edit/del | reply 클리티에 2010.02.18 17:24

    출사지로 유명한 곳이라죠? 저는 아직 못들러 봤네요.

    우음도.. 간척사업으로 조금 지나면 사라져 버린다고 들었어요.
    멋지고, 황량하고, 안타까움이 묻어나네요.

    홀로 외로이 지키고 있는 저 나무가 인상적입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19 01:59

      유명한 곳이라곤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우음도는 제게 세상에서 가장 넓고 황량한 땅이었어요.
      그렇게 넓은 곳에 저혼자 서있어 본적이
      처음이었거든요. 정말이지 잊을 수가 없네요.
      띄엄띄엄 안개 속에 보일듯 말듯 서있는 나무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안나는 길,
      나를 감시하는 듯 오가던 경비행기,
      저녁무렵이 되자 정말 아, 하고 소리지르며
      울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였어요.
      그래서 왠지 클리티에님께는
      겨울에 가보시길.. 추천드리고 싶어요.
      내년 겨울에도 그섬이 그자리에 있어준다면요ㅠㅠ

  5. addr | edit/del | reply 빨간장미 2010.02.22 02:11

    슈픙크님의 글을 보니 가끔은 제가 우음도에 살고 있었다는 느낌이네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23 00:50

      그토록 넓고 황량한 곳에요, 빨간장미님? ㅠㅠ
      어쩌면, 혼자가 아닐지도 몰라요
      덤불 속에 나무 뒤에
      더 많은 사람들이 있을 지도요..

20050902 날씨맑음

2010.02.16 21:26 from paRamnésie

 

 

 

푸디토리움 - 그저 그렇고 그런 기억

 

 

헤어졌어,

 

간만에 전화를 걸어온 친구 녀석이 아주 아주 드라마틱한 이별 이야기를 들려준다.

목소리가 덤덤하다 못해 명랑하다. 뻥치시네.. 진짜야, 3주 전에..

정말? 아니 왜, 너희 잘 지냈잖아.. 나또한 믿기 힘든 일이었어.


과연 그들의 스토리는 드라마에나 나올법했다.

요는 자신들의 의지가 아닌 채로, 여전히 사랑하는 채로

다른 불행이 갑작스레 불어닥쳐, 조각배 같은 사랑을 난파시킨 것이었다.

그들로선 불가항력일 것이었다.


어떡하니.. 받아들이기 힘들었겠다.


하지만 친구야, 정말 미안한데, 그 순간 나는 니가 부러웠어.

마음이 변해서 돌아선 게 아니니까, 싫어져서 손을 놓은 게 아니니까

그리고 말야, 아무 일 없듯 쏟아지는 햇살 아래, 수많은 인파 속에

미처 어찌할 수도 없이, 커단 눈물방울을 뚝뚝 떨굴 만큼

말만한 청년이 그렇게 서러이 울만큼

극적인 슬픔은 흔하지 않아, 아마 네게도 다시는 없는 순간일 거야.

그래서 치명적인 사랑은 멋지고, 이별은 더욱 그래.


내 슬픔이 아니라서 이렇게 말한다구? 그래.. 맞아.

나는 아직도 이렇게 세상물정 모르고, 사랑도 모르고 이별도 모르고..

남들 이야기나 주워들으며 울고 또 웃어, 이것만으로 나는 충분히 버거워.

그리고 한 가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말야, 어쩌면 그 모든 일이

그녀의 핑계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물론 그녀를 모르고 하는 얘기야..

아무도 그런 나쁜 거짓말로 이별하진 않겠지.


하지만 버젓이 이런 말을 끄적대고 있는 내 자신의 악랄함을, 조금쯤 즐기고 싶다면

너는 나를 이해해줄까?

그리고 너를 위로한답시고 다른 얘기만 엄청스레 떠들었던 그날.

드라마틱하지 못한 내 씁쓸한 스토리는 명함도 못내밀었지만..

그 알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끼는 순간, 나는 비로소 인정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 나는 별것 아닌 기억에 매달렸고, 그 모든 것은 거짓

아니, 이름 붙일 수 있는 그 무엇도, 아니었다고.

 

이 노래의 제목을 보는 순간, 불쑥 생각났었다. 4년전 일기.

울고불고 난리쳤던 이 커플은 그로부터 몇 년 후 결혼했다.

문득 궁금하다, 가사노동과 육아와 숱한 문제들로 맹수처럼 으르렁댈 때

헤어져 죽을 듯이 아파하던 그 날들의 기억은

가슴의 어느 쪽에 보관돼 있을까.

'paRamnés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박해질 권리  (5) 2010.02.26
꿈에서 온 트랙백  (16) 2010.02.20
20050902 날씨맑음  (10) 2010.02.16
여행하는 남자  (4) 2010.02.03
살겠다,  (0) 2010.01.20
망각의 첫 순서  (14) 2010.01.17
Posted by shoopoonk 트랙백 0 : 댓글 10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느림보 2010.02.16 23:31

    목소리 좋네요. :) 물론 음악도!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17 18:14

      그렇죠? :)
      이런 목소리, 이런 템포, 이런 사운드
      다다 너무 좋아해요.

  2. addr | edit/del | reply 흰돌고래 2010.02.17 00:11

    어느 쪽에 보관돼 있을까요?

    잔잔해요 -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17 18:15

      정말로 묻고 싶어요,
      그마음 어따 뒀니? 라고요. 헤헤.

  3. addr | edit/del | reply 엘군 2010.02.17 04:18

    그 기억이야말로,
    사랑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겠지요..

  4. addr | edit/del | reply 고무풍선기린 2010.02.17 11:36

    아주 가끔식 제 주위 사람들에게도 헤어짐이 있습니다.

    어떻게해서 그걸 알게되면, 저는 그냥 잘됐다는냥
    '잘해어졌어~' 내지는 '바람직해~'를 외칩니다.
    특히, 친한 사람들일수록 더 합니다.

    헤어짐에 슬퍼하거나 위로해 주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이 외적 동조에 지나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죠.

    친구의 정서에 진정으로 공감하고
    그 정서를 나눌아는 것이 진짜 위로요, 동조 입니다.

    물론, 슈풍크님은 진작에 그 경지에 도달하신 것처럼
    보이지만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17 18:20

      사연이 하도 기구하여.. 동조.. 해주긴 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한때 울고불고한
      가벼운 헤프닝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전 그런 경지에 있지 못한 걸요.
      힘들겠다.. 해놓구서,
      사실 니가 부러웠어.. 혼잣말하는
      인간인 걸요.

  5. addr | edit/del | reply 꼬뮌 2010.02.21 02:21

    이따금 생각하는 것이지만,
    분명히 기억이라는 것은 어떤 가상의 공간 속에 보관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신체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때때로 영혼이나 이성이나 혹은 그밖에 마치 육체와는 무관해보이는 어느 신비스러운 단어들이 존재하는데,
    그것들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어느 가상의 공간 속에서 존재하는지, 그것은 제가 알바가 아니고,
    기억이라는 것만은 분명히 우리 신체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때때로 상처가 남는다면 그 상처에,
    제 생각에는 우리의 기억은 우리의 피부에 골고루 남아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21 03:51

      저는 때로 가슴이 그냥 신체기관이 아니라
      마음이 담겨있는 공간 같이 느껴져요.

      정신, 이 아니라 신체에 남는 기억이라..
      궁금하고 흥미로운 이야깁니다.
      꼬뮌님도 그에 관해 독특한 세계관이 있으신 듯해요.
      언제 포스팅 한번.. :)

찍을 수 없는 것

2010.02.13 21:55 from songErie

눈보라, 열네번째 사랑의 방

열아홉번째 사랑의 방

아홉번째 사랑의 방

짚으로 만든 오두막

겨울의 방

쌍둥이들

채색 유리창

떠나간 사랑의 방

열두번째 사랑의 방

 

 

처음 카메라라는 물건이 좋아졌을 때, 포콩을 알았다.

그때 처음 본 사진은 푸른 물가에 아이들이 앞사람 어깨에 팔을 걸고 줄지어 선 모습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줄지어 세워져있는 어린이 마네킹이었다. 그것이 가짜인 것을 한참 후에 알고는

오히려 반해버렸다. 거기엔 뭉클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절박하리만큼 또렷하게 연출된.


“우리는 어떤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곧 깨닫게 된다.

 하여, 잃어버린 것의 영광을 노래하기로 결정하자, 기적이 일어난다.

 부재에 적응하려고 세심히 노력함으로써, 현존의 매우 확고한 인상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사진은 종교적 실천이다.

 얻으려 생각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구하려 생각하는 것을 구하지 못하지만

 더 많이 얻고, 더 많이 구할 수 있으니 말이다."


"가장 찍고 싶은 것이 가장 찍을 수 없는 것이다, 사랑의 얼굴...

 눈을 뜨면, 행복이 지나간 통로인양 완강히 남아 있는 한 꿈의 추억.

 행위는 모두 사라지고, 남은 것은 사랑하는 이에 대한 빛살처럼 퍼지는 인상뿐이다.

 그의 곁에 있었고, 그의 존재가 줄 수 있는 모든 은혜를 받았다는, 무한한 향수가

 아침나절을 술렁이게 한다. 천사의 그림자, 전부의 옆을 지나온 느낌."


"흔적들, 잔해들, 부재의 광경으로 생명, 열, 현존의 가장 높고 강렬한 힘을 환기시키는 것...

 나는 빈 방에 남겨진 만남의 자취, 사랑하는 이가 머물렀던 흔적들이 그 어떤 초상보다 더 강렬하게

 감정의 현존을 표현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디지털 방식 이전의 것이요, 그 어떤 특수 효과도

 사용하지 않은 것이었다. 사진 찍힌 것은 모두 진실이다."   Bernard faucon.

'songEr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도, 그리고 아마 그녀도  (6) 2010.02.26
당신도 우리를 보나요?  (8) 2010.02.19
찍을 수 없는 것  (12) 2010.02.13
죽겠다고 찾아간 곳에서  (3) 2010.02.10
언덕위의 수영장  (7) 2010.01.30
절반의 얼굴  (4) 2010.01.20
Posted by shoopoonk 트랙백 0 : 댓글 12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2010.02.14 00:47

    비밀댓글입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꼬뮌 2010.02.14 01:46

    개인적으로 사진이라는 것은 언제도 너무나 범접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언제도 정말 멋지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카메라를 매만질 날이 올까여.
    사실, 요원해보입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14 21:12

      어쩌면 다른 장르보다 가깝지 않을까요?
      모두에게 멋진 사진을 찍기는 어렵지만
      내가 좋아하는 만큼의 사진만 찍을 수 있어도
      충분히 좋지 않을까요?
      카메라의 세계로 오세요~ㅋ

  3. addr | edit/del | reply 엘군 2010.02.14 02:16

    사진이란.. 참..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14 21:14

      사진이란.. 참..
      말줄임표가 필요한 존재인 듯해요.

  4. addr | edit/del | reply 느림보 2010.02.14 09:08

    그래서 제가 찍은 사진들에는
    제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얼굴들이 없군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14 21:18

      그래서 또
      찍는 걸 멈추지는 말자고 말하고 싶네요
      가장 찍고 싶은 것은, 언제나 찍히지 않은 채
      달아나 버릴 테니까요.

    • addr | edit/del 느림보 2010.02.15 16:21

      그런데. 그 사라진 공간.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바라보는것이
      망연하게 말이죠. 그게 이상하게 매혹적입니다.

  5. addr | edit/del | reply 2010.02.14 21:05

    비밀댓글입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14 21:25

      훌륭한 소통을 하고 싶어요.
      가리려하지 않는 소통.
      그리고 그 짧은 기쁨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요.
      마음을 열기 힘들다면
      대신 렌즈 캡을 열고 조리개를 여는 것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만큼요.

      저두 사진들 너무 잘 보고 있어요.
      카메라 없이 외출하는 날들이 길어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의욕을 팍팍.. 주시니
      너무나 감사합니다 :)
      아무래도 조만간 어디로든 뛰쳐나가
      막샷을 날릴 듯해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