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에 해당되는 글 15건

  1. 2010.03.30 두 개의 진실 (12)
  2. 2010.03.30 손을, 찍다 (6)
  3. 2010.03.26 しろ (4)
  4. 2010.03.19 그래도 이사랑이 나는 (10)
  5. 2010.03.16 소멸을 꿈꾸는 이면지 (6)
  6. 2010.03.12 데본 아오키의 幻影 (11)
  7. 2010.03.11 놓지만 마라 (11)
  8. 2010.03.10 언제가 행복해? 바로 지금. (4)
  9. 2010.03.08 엘비라 마디간 (9)
  10. 2010.03.05 미망도 뭣도 아니라 (6)

두 개의 진실

2010.03.30 22:18 from luMière

 

 

 

 

 

 

 

 

 

 

 

 

 

 

 

 

 

 

 

 

 

 

 

 

 

 

 

 

 

 

 

 

 

 

 

 

 

 

 

 

 

 

 

 

 

 

 

  물고기들이 날고 있었는지,

  그들이 하늘을 걷고 있었는지, 알 수 있겠어?

 

  틀림없이 하나만 옳고 하나는 틀렸다는 말은,

  그때의 내가 원한 것이 아니란 것을

  너는 몰랐고 모르고 앞으로도 모를 테지,

  하지만 모를 거라는 사실이 슬프다기 보다

  몰라도 상관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위안이었다

 

  지금의 나는 그랬다, 그 사라진 절터에는 연못이 하나

  있었는데 말야.. 라고 설명할 니가 없다는 사실이

  어쩜 놀랍지도 않을까, 물속의 잉어들이 사람을 두려워 않듯이 말야

  이제 우린 서로 다른 세계에 있고, 그래서

  두 개의 기억이, 두 개의 상처가

  모두 다 진실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어쩐지 고마웠다고,

  나는 수면에 대고 속삭이듯이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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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서정적자아 2010.03.30 22:26

    사진은 언제나 좋고.
    글도 좋네요. ^^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01 11:30

      넓고 따스한 마음으로
      보아주시니까요..
      기쁘고 감사하고 그래요. :)

  2. addr | edit/del | reply 旅인 2010.03.31 14:23

    물에 비친 풍경이 늘 슬픈 것은 풍경이 눈물을 닮아서인지 거꾸로 라서인지 잘모르겠습니다.

    저기 두사람은 이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네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01 11:32

      현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니까요.
      반영사진을 보면 늘 슬픈 꿈을 꾼 것같은 기분이 듭니다.

      물속의 세계와 물밖의 세계만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네, 저 두사람도, 그렇네요.

  3. addr | edit/del | reply 꼬뮌 2010.04.01 00:48

    낡아빠진 노래가 생각나네요.
    나는 아직 두 진실이 때때로 충돌합니다.
    외부의 언어로 말하고 싶네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01 11:35

      그것은 어떤 노래였을까요..
      이렇게 많은 층위의 진실들이 존재하는데
      진실인 것과 진실 아닌 것을 구분하려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나를, 생각합니다.

  4. addr | edit/del | reply TreeBatman 2010.04.01 23:24

    진실과 거짓의 분별은 무의미한 것
    오직 진리 만이 유일할 뿐 ^^
    예쁘네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02 22:59

      하나가 옳다고 판단되는 순간
      그 외의 것은 모두가 그른 것이 돼버리는 상황이
      참 슬픕니다. 그럼에도
      이 사진을 예쁘게 보아주셔서 기쁘네요.
      방문 감사해요 :)

    • addr | edit/del TreeBatman 2010.04.02 23:47

      선불교 공부하시나요~?
      한방 맞았군요.ㅎㅎ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04 14:05

      공부는 해본적 없습니다만,
      제 사상이 그쪽에 가깝나요? :)

  5. addr | edit/del | reply 위소보루 2010.04.04 18:33

    그건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다라는 댓글을 달려고 했는데 글을 쓰다가 생각해보니 그건 동전의 양면이 아니라 한면에 같이 존재하는 것이 더 맞겠단 생각이 드네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08 02:02

      댓글을 읽으며
      한면만을 가진 동전이 존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럴 수는 없겠지만요..
      이걸 쓸 때의 제 마음을 이해해주신 것 같아서,
      고맙습니다. 위소보루님 :)

손을, 찍다

2010.03.30 19:32 from paRamnésie

 

 

 

 

 

 

 

 

 

 

 

 

 

 

 

 

 

 

 

 

 

 

 

 

 

 

 

  손을 찍는 일은, 그때부터 시작된 습관이야

 

  우연히 펼친 어느 잡지에서 방송작가 송지나의 손을 봤을 때,

  인터뷰를 하면서도 얼굴을 보이기가 부끄럽다고

  겨우 실려있던 단 한 장의 사진은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은, 그냥 그의 손이었어, 그런데 그 빈 손에서

  그 사람 전체가 보인다는 느낌, 처음이었어

  그 이후로도 나는 송지나의 얼굴을 알지 못하고

  알려는 마음도 들지 않았어, 그손이 말해준 것으로

  내게는 충분했으니까, 말이야

 

  이 편협한 습관이, 올봄 이렇게 당신 손을 찍게했구나

  뽀얗지도 않고 길이도 짧다고 늘 당신으로부터 구박만 받는 당신 손이,

  내 손등의 오래된 흉터를 안타까운 듯 덮어주던 당신 손이,

  나는 너무 좋아, 라고 말하기가 쑥스러워, 당신 손을 잡는 대신

  말없이 당신 손을 찍는다, 도대체 뭘 그리 찍어대는 거야? 라고 당신이 물어도

  마냥 웃으며 셔터를 누를 뿐이었는데,

  그 순간 내 손등의 흉터가 살아나기라도 한듯 징.. 하는 쓰라림을 느꼈어

  그건 아무에게도 설명할 수 없고, 설명한다해도 이해할 사람이 없겠지

  그러니 당신에게도 그것에 대해선 말하지 않을 게, 그냥

 

  당신이 나를 향해 웃어주는 것, 그것으로 내가 더불어 웃게 되는 것,

  거기까지만 말해도, 당신은 알 테니까

  당신 손이 당신 전체를 말하 듯이.. 이 글이 내마음 전체를 말해줄 테니까..

  점자를 읽듯 우리가 서로에게 읽어낸 어떤 말들을

  흉터를 가진 손등이, 땀이 밴 손바닥이, 손끝의 지문이

  나보더 더 오래 기억해줄 거라 생각하니, 아 이토록 나는 기뻐

  긴장이 배어있는 당신의 저 손, 오래 기억할 게

  훗날 당신과 내가 어떠한 모습으로 있게 되더라도

  약속해, 잊지 않을 게, 나를 붙들어준 당신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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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旅인 2010.03.30 19:50

    참으로 진지해보이는 손입니다.

    면접을 보는 것 같은 자세의 손, 아니면 상대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하여 자신의 모든 헛몸짓을 제어하려는 듯 몸에 자물쇠를 건듯한 손입니다.

    • addr | edit/del 서정적자아 2010.03.30 22:28

      여인님. 답글이 아름답습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01 11:43

      아, 정말루요. 믿고싶어지는 댓글입니다.

      때로는 그 진지함이 당황스러울 만큼요,
      숨막히게 진지하지요.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요.
      오직 듣기 위해 자기를 제어하고 앉아있는 사람,
      정말로 그렇다면, 아 멋진데요 :)

  2. addr | edit/del | reply 서정적자아 2010.03.30 22:28

    단정하고. 기름끼없이 건조한 남자. 근데 잘 웃는 남자일 것 같네요.
    손가락이 반지.. 임자가 있군요. 하하.
    이분 목소리 좋은가요? 아마도 목소리가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01 11:49

      혹시 그를 아세요? :)

      단정하고. 느끼한 말 같은 거 못하고.
      그런데 저보다 잘 웃고요.
      목소리도 나름 괜찮은.. 히히.

  3. addr | edit/del | reply 녀름 2010.04.25 00:13

    참 단정하네요. ^^

しろ

2010.03.26 01:17 from paRamnésie

 

 

 

  그것은 나의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아니 사실은

  마지막 이름,

 

  이었습니다, 해가 지는 이 즈음이면 언제나 슬펐던 마음의

  실오라기를 기어이 찾아내어 주욱.. 당기면

  그 장난스러운 절망의 니트는

  올이 다 풀려 형태를 알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그 고운빛깔의 실뭉치를 굴리며

  고양이처럼 몹시 골똘히 투욱하며 떨어지는 그 순간을

  겨누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그러나 투욱 떨어지는 그 순간,

  은 고양이에게 한낱 장난의 오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당신이 시로야

 

  하고 불렀을 때 그것은 장난도 무엇도 아니라

  아주 예쁘게 짜여진 스웨터의 팔꿈치처럼

  그 팔꿈치의 다정히 늘어난 라인처럼

  제법 구체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다시 시로야

 

  두번 불렀을 때 그것은 소리도 무엇도 아니라

  이미 그곳에 아주 낮고 낮게 깃들어있던 검은 목소리의 한기였을 지도 모르지요,

  당신이 그 누군가를 기어이 목졸라 죽일 때에

  기어이 울음을 터트리며, 이 즈음이면 언제나 슬픈 생각이 들어요,

  화석처럼 굳어버린 입술을 벌리고 흘러나왔다 사라져버리는

  회색빛의 때를 잔뜩 묻힌, 시로, 한때는 눈부시게 희었던 죽은 고양이의 환영

  일 지도 모르지요, 그것은 나의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아니 사실은,

 

 

 

 

 

 

                     어른아이 - Sad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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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엘군 2010.03.26 01:55

    짙은, 아주 짙은 보라색을 보고 싶네요.
    슈풍크 님의 글은 그래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29 10:33

      그런 빛깔을 좋아합니다. 제글이 그런 빛깔을 닮았다면
      저에게는 기쁨이예요! 고맙습니다 :)
      엘군님 블로그에 가끔 들르는데,
      제 컴터가 버전이 낮은지 제대로 보이질 않더군요.
      뭐가 문제인지.. 슬퍼요 ㅠㅠ

  2. addr | edit/del | reply 봄눈별 2010.03.26 15:04

    이미 그곳에 아주 낮고 낮게 깃들어 있던 검은 목소리의 한기,
    라는 부분에서 멈춰 버리고 말았어요. 한참 동안이나,
    그리운 사람들의 목소리들이 떠올랐어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29 10:36

      아, 그리운 사람들이요..
      그리움은 분명 뜨거운 마음일 것인데,
      왜 떠오르는 그들 목소리의 이미지는
      그토록 검은 한기로 가득했을까요..

그래도 이사랑이 나는

2010.03.19 20:12 from pour Moi

 

 

 

 

호란 - 불안한 사랑

 

 

 

 

 

망부석 같은 여자의 노래를

참 싫어하는데, 씨티홀을 볼 때도 이 노래가 참 싫었는데

그런데 왜, 갑자기 생각나서 듣고 있을까

 

만취했던 사람처럼

필름이 뭉떵뭉떵 잘려나가 있는데

너의 그 말만 떠올랐어, 너도 나랑 똑같은 사람이구나, 라고

 

그래서, 좋아, 싫어?

좋아, 라는 너의 목소리가 우주 몇광년 밖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그렇게 아득했어

 

그래도 이사랑이 나는 조오아요.

정말로 참아주기 힘든 가사인데 말이야

이건 분명 연애편지인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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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서정적자아 2010.03.19 20:56

    음악 잘 듣고 갑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22 13:47

      불쑥 생각나기에 올려본 노래인데,
      자아님이 같이 들어주셔서
      기쁘고 가슴이 왠지 징.. 하고 그래요.

  2. addr | edit/del | reply 흘립 2010.03.20 03:44

    뭔 노래가 이렇게 청승 맞아, 라고 말 하면서 듣는 노래. 아직도 이 노래를 좋아 하는지 싫어 하는지 입장을 정하지도 못하고 듣고 있네요. 가끔. 아주 가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22 13:48

      맞아요 참 청승맞은 노래예요.
      싫다가 좋고 좋다가 싫고 막 변덕도 나고요.
      그러면서도 듣고 있네요. 저도.

  3. addr | edit/del | reply 느림보 2010.03.20 11:15

    슈풍크님께서 음악을 올려주시면 꼭 듣게 됩니다. 어머나. 나 슈풍크님의 선곡안을 믿게 되었나봐 !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22 13:49

      어머나. 느림보님.
      그건 너무 영광인 걸요! ^___^

  4. addr | edit/del | reply 2010.03.21 20:25

    비밀댓글입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22 14:02

      얼마만이든, 이렇게 와주셔서 기뻐요 :)

      off.. 하고 싶으시면
      언제든 ㅇff.. 하셔도 괜찮아요.
      언젠가는 on.. 하실 거니까
      저는 기다리는 것, 징징대면서도 꽤 잘하니까요.
      다만 괴로운 시간이 아니셨길 바라고요.

      어제는 멋부린다고 목도리 말고 스카프를 하고
      나갔는데, 이즈음의 찬바람이
      저는 왜이리 춥고도 좋은지요.
      정말 곧 봄이겠지요..

      이어폰 같이 끼고 걷는 기분으로
      음악들 함께 들어주셔서 기뻐요.
      호란의 목소리 저두 좋아해요.
      맞아요, 노래를 잘 한다기보다는
      음색자체가 좋은 사람요..
      마음에도 음색이 있다면
      드러나보여지는 것 이전에
      그자체가 깊은 사람요 :)

  5. addr | edit/del | reply 이정일 2010.03.25 09:22

    좋은 노래 듣고 갑니다.
    조금씩 끊어지는 건 제 컴퓨터나 인터넷 문제겠지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26 01:16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컴퓨터도 가끔 골골골 합니다 :)

 

이면지라니, 당치도 않다.


이 일을 하는 동안,

엄청난 양의 원고를 써대고 출력하고 폐기해왔다.

사실 소모적인 작업이며, 일이 끝나면 원고는 버리는 게 상책이건만

바로바로 버리질 못하고 꼭 엄청나게 퇴적된 후에야

어쩔 수 없이 내 생존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거사를 감행한다.

그러니 늘 엄청난 양이다. 세상에나, 종이가 아깝다.

이 시답잖은 토너 자국을 위해 늘 소모해온 삶이기에

종이 아까운 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데도 내게는 하나의 불문율이 있다.

원고에 사용한 종이에 있어서, 이면지란 없다.


뒷면은 깨끗했다. 분명 다시 쓸 수 있다.

하지만 찢는다. 규칙적인 간격으로 세로로 찢은 후

그것들을 가지런히 모아서 깍두기 썰듯이 조각조각 찢는다.

양이 양이니만큼 찢는 손도 아프다. 가장자리에 손을 베는 일도 생긴다.

그런데도 나는 그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그런 상황을 상상한다.

누군가 출력한 서류를 읽다가 우연히 그 뒷면의 글자들을 발견한 후,

뭐에 홀린 듯 이면지 상자를 뒤져가며 그것을 구독하고 있는 상황을.

끔찍하다. 사실은 나도 그렇게 누군가의 개인적인 소설을 훔쳐 읽은 적이 있다.

그 글이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이면지를 읽고 있던 내 자신을 생각하니

그 친구와 절대로 친해질 수가 없었다.

내가 니 이면지를 읽었어, 그 이면의 이야기가 좋았어,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면지에서 본 이야기, 이면지에서 본 누군가의 마음,

이라니 말이다.

이것이 어떠한 상황인지, 나는 피부로 안다.

시간이 흐른 뒤에, 나라는 사람이 그의 노트 한가운데 씌어져 있기를 바란 적은 없다.

행여 그럴 리도 없겠고.

하지만 그에게 소중했던 어떤 사람의 이야기, 그 이면에 말이다.

무심코 한번 뒤집어 보았더니, 거기에 내가 있다고 말이다.

그 이면지의 여자를 말이다.


차라리 찢어라, 쭉쭉 찢어버리고

거기에 다른 무엇도 다시 출력하지 말아라. 라고 나는 그에게

말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면지였을 뿐이라고.

하지만 정작 그것을 찢어버리지 못한 것은 나였다.

그는 나를 찢었을까. 아니면 아주 그럴듯한 문서의 뒷면으로 재활용해 주었을까.

지금도 이면지 상자 속에서 얌전히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이글을 쓰고 출력한 뒤에 한번 읽을 것이다. 그리고 이면지 통 앞에 서서 보란 듯이

뒷면이 아직 깨끗한 이 종이를 쭉쭉 찢을 것이다.

완전한 소멸을 집행하는 손동작에는 망설임도 흐트러짐도 없다.

그것은 심지어, 경쾌하다.


이면지라니, 당치도 않다.

 

 

 

 

 

 

 

조원선 - 아무도,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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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旅인 2010.03.16 13:28

    이면지를 찢는 슈풍크님의 손은 길고 차가운 흰빛일듯...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19 12:17

      찢는다는 행동은, 그런 손에게 참 잘어울리네요.
      그런데 참 어울리지 않게 제손은 늘 뜨겁고
      길다란 손가락은 이상해보일 지경이고요..

  2. addr | edit/del | reply 서정적자아 2010.03.17 21:34

    이면지의 여자. 시로 한번 써보세요. 읽고싶네요. ^^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19 12:20

      비슷한 제목의 것을 쓴적이 있어요.
      아주 짧고 조악한 것이었어요.
      자아님께는 정말 멋지게 써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꼭 그러고 싶어요 :)

  3. addr | edit/del | reply 꼬뮌 2010.03.18 09:37

    좋아하는 시를 인쇄하고,
    그리고 버린 적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시를 왜 버리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저는 그것들을 버리면서,
    누군가가 시를 읽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 시가 단지 좋아하는 시가 아니라,
    제가 쓴 시라면, 그리 하지 못했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19 12:27

      '누군가가 쓴 것'과 '내가 쓴 것'은
      절대로 같을 수가 없겠지요.
      완벽히 같은 단어나 문장을 쓴다고 해도요.
      두개는 완벽히 같아질 수가 없어요.
      남의 것은 함부로 찢을 수 없겠지만
      제것이니 찢을 수도 있고요.
      세상에 존재하지 못하게 없애버릴 수 있지만
      그러나 자기 마음에선 없어지지 않고요.

데본 아오키의 幻影

2010.03.12 20:23 from luMière

 

 

 

 

 

 

 

 

 

 

 

 

 

 

 

 

 

 

 

 

 

 

 

 

 

 

 

 

 

 

 

  너의 빛나는 머릿결과

  너의 인형같은 눈, 반듯한 콧날

  양보없는 말투, 쉽게 웃지 않는 경직됨...

  이 모든 것들을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말한 적 있던가?

 

 

 

  인물 사진에 잔뜩 굶주려있던 내게

  일산에 거주하시는 전속모델님께서 강림하셨다

  데본 아오키를 닮은 후배 L.

 

  한 멋진 프랑스 남성이 온갖 절박한 표정과 바디랭귀지를 동원하여,

  전화번호를 따려했다는 일화는 정말이지 쵝오 ㅋㅋㅋ

  그녀의 대답은... 노땡큐!

  프랑스 사람한테 노땡큐라니, 멋지지 아니한가 ♥

 

  그녀의 묘한 아우라에 처음인듯 압도당하며

  나는 그 비좁은 까페안에서 별반 다를 것도 없는 구도로

  좋다고 셔터질을 하였다

 

  여러부운- 예쁘다고 해주시면

  데본 아오키를 닮은 그녀가, 좀체로 웃지 않는 그녀가

  분명 소리내어 웃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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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旅인 2010.03.12 21:39

    예쁜데요 그런데요 웃지는 않을 것 같아요.

  2. addr | edit/del | reply 흰돌고래 2010.03.12 23:58

    매력적이에요 +o+

  3. addr | edit/del | reply 흘립 2010.03.13 02:36

    ㅎㅎ 내 타입이다.

  4. addr | edit/del | reply 꼬뮌 2010.03.13 20:46

    저분이 후배 L인가보군요//

  5. addr | edit/del | reply 슈풍크 2010.03.14 14:46

    후배의 성격을 순간에 파악하신 여인님,
    후배가 제일 좋아라하는 말을 해주신 흰돌고래님,
    흐뭇한 감탄사를 전해주신 흘립님,
    마치 L. 을 아시는 듯 친근하게 답해주신 꼬뮌님.

    여러부운- 감사합니다 ^______^

  6. addr | edit/del | reply ronyc 2010.03.15 12:58

    후배는............ 참 좋죠. *-_-*

    설레는 페이스를 가진 분이네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15 20:48

      선배도 좋지만,
      후배는 왜 이리 좋을까요.
      아흑. 설레는 페이스, 라니요..
      후배가 쓰러질 거예요! :)

  7. addr | edit/del | reply 수은 2010.03.16 00:35

    어머 영화 속에 나오는 짤방(!)이 아니라 근처에 사는 실존 인물이라닛!!
    개성적 아우라인 걸요, 일본인 같아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16 13:12

      저도 일본인 같다는 느낌을 새록새록 받는 아이예요.
      후배가 요즘 좀 다운돼 있었는데
      이런 칭찬을 들으면 기운이 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

  8. addr | edit/del | reply vomnoon★ 2010.03.17 00:52

    묘한 느낌.
    자꾸 바라보게 됩니다.
    목소리를 몰라서 그런지,
    신비감을 더하는군요.
    자꾸 보게 됩니다.
    자꾸 보게 됩니다.
    자꾸 자꾸;;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19 12:04

      맞아요, 목소리를 모른다는 거
      신비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봄눈별님 댓글을 보니
      저두 자꾸 자꾸
      사진을 보게 되네요 :)

놓지만 마라

2010.03.11 19:04 from morceAu
 

01 놓지만 마라, 잡고만 있어,

 

라고 꼭 작년 이때쯤 선배가 해준 말, 잊지 않고 있어요. 우리 학부 때도 친하질 않았는데

사실은 얼굴도 표정도 말투도 너무 무서워서 말도 못 붙인 선배였었는데, 그런 말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네, 놓지는 않고 있어요. 대체 언제 공부할래, 당장 복학 안해? 버럭하실 것 같아서,

전화는 도저히 못 받겠습니다. 그 책 잠깐 봤어요. 정확히는 선배가 쓴 부분만.

그리고 솔직히, 그 책에서 좋은 건 이 부분 뿐이었어요.

 

"모든 사물은 '외로움'을 수식할 수 있다.

개 같은 외로움, 궁서체 같은 외로움,

대통령 같은 외로움, 예수, 석가, 공자, 칸트 같은 외로움,

한반도 같은, 지구 같은, 명왕성 같은 외로움

 

내가 명왕성을 인식할 때 명왕성은 넓고 포근한 우주에서 홀로 뜯어져 나와야 한다.

외로움은 사물의 운명이기보다는, 사물을 홀로 서게 하는 인식의 운명이다.

낚시바늘에 어떤 물고기가 걸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낚시바늘 자체가 문제시 되는 것이다.

 

인식하지 않고는 어떤 사물도 구별할 수 없기에, 외로움의 반대말은 없다.

그래서 나는 외로울 때마다 이렇게 되뇌인다. 나는 안 외롭다."

 

이강하  ‡  <그리운 詩, 여행에서 만나다> 바람의 속도로 길을 걷다 中

 


02 울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불이 들어가서 태우는 몸

 

네 사랑이 너를 탈출하지 못하는 첨단의 눈시울이

돌연 젖는다, 나는 철벽처럼 어두워져

아, 불은 저렇게 우는구나, 생각한다

사랑 앞에서 죄인을 면할 길이 있으랴만

얼굴을 감싸 쥔 몸은 기실 순결하고 드높은 영혼의 성채

울어야 할 때 울고 타야 할 때 타는 떳떳한 파산

그 불 속으로 나는 걸어 들어갈 수 없다

사랑이 아니므로, 나는 함께 벌 받을 자격이 없다

원인이기는 하되 해결을 모르는 불구로서

그 진흙 몸의 과열 껴안지 못했던 것

네 울음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나는 소용돌이치는 불길에 손 적실 의향이 있지만

그것은 모독이리라, 모독이 아니라 해도, 이 어지러움으론

어느 울음도 진화(鎭火)하지 못하리라, 그러므로 나는

사랑보다 더 깊고 무서운 짐승이 올라오기 전에

피신할 것이다 아니, 피신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제자리에 가만히 멈춰 있을 것이다


네가 단풍처럼 기차에 실려 떠나는 동안 연착하듯

짧아진 가을이 올해는 조금 더디게 지나가는 것일 뿐이리라

첫눈이 최선을 다해 당겨서 오는 강원도 하늘 아래

새로 난 빙판길을 골똘히 깡충거리며

점점 짙어가는 눈발 속에 불길은 서서히 냉장되는 것이리라

만병의 근원이고 만병의 약인 시간의 찬 손만이 오래

만져주고 갔음을 네가 기억해낼 때까지,

한 불구자를 시간 속에서 다 눌러 죽일 때까지

나는 한사코 선량해질 것이다

너는 한사코 평온해져야 한다


이영광  ‡  사랑의 미안

 

 

03 풀밭 위의 식사를 샀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도 샀다. 이 두권때문에 잔뜩 들떴었는데 집에 와서 한 짓이란,

5회나 못봤던 파스타를 가슴 졸이며 보는 거였다. 그가 묻는다. 그렇게 재밌어? 이선균이 글케 좋아?

응 재밌어! 좋아! 소리만 벅벅 질르는데, 그래도 너무 좋아. 뱉어놓고 아차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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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서정적자아 2010.03.12 16:40

    어머나. 이영광. 이영광. 이영광.
    그의 시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를 좋아합니다.
    그 덥수룩한 얼굴이라니요. 그 사투리.. 다시 듣고 싶고요..
    그 음성.. 아, 정다운 음성과 수줍은 듯한 미소.

    아, 사랑의 미안은 처음 읽습니다. 최근 시인가요. 시가 좀 달라졌네요.
    참 반갑습니다. 좋은 시 올려줘서 고맙습니다. :)

    • addr | edit/del 서정적자아 2010.03.12 16:45

      그의 시는 좀.. 뜨겁다기 보다는..
      상처받은 곰이 쓴 것 같이..
      좀 처연하고.. 수더분하고 그랬는데..
      시가 좀 달라졌네요..
      근데. 참 좋네요. 그가 달라진 것이.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12 17:20

      2009년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이 시를 보았습니다. 본래 어디에
      발표된 작품인지는 정확히 모르겠구요..
      저는 이 시를 보고서 이영광 이라는 시인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뒤늦게
      전작들을 찾아서 보게 된 케이스죠.

      아, 상처받은 곰이라니요..
      그의 전작들을 보며 떠올린 게
      덥수룩하고 수더분한.. 그런 이미지였는데
      아주 적합한 표현인듯 해요. 하하.
      이 시가 자아님께 기쁨이 된 것 같아서
      저두 흐뭇해요 :)

  2. addr | edit/del | reply 서정적자아 2010.03.12 16:41

    박민규는... 늘 중반 이후에 흐지부지 되는 경향이 있어서 장편은 별로 안 좋아라해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12 17:12

      박민규는 단편이 너무 좋아요.
      이 책은 발췌된 문구를 인터넷에서 보고 너무 좋아서
      충동 구매했어요. ㅋ

  3. addr | edit/del | reply 서정적자아 2010.03.12 16:46

    이영광에 흥분에 쭈르르 답글을 네개나 달다니. 흑.. 죄송합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12 17:10

      아하하. 아니에요, 죄송하긴요~
      반가운 걸요 :)

  4. addr | edit/del | reply ronyc 2010.03.15 13:03

    제게도 이선균은 '그 정도로 너무 좋다'고 외쳐도 당당히 좋은 이. ㅋㅋㅋㅋㅋ
    제 친구는 자꾸 이선균은 웃을 때 드러나는 선홍빛 잇몸이 지나치다며 제 사랑을 잡치네요. 뭘 모르는 것. 쳇.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15 20:46

      그렇잖아도 올리신 사진 보고 반가웠습니다. 히히.

      친구분께 제가 감히 이런 말씀 드리면 안되지만
      뭘 모르시는 군요. ㅋㅋㅋ
      그가 간간히 잇몸이 드러나게 웃는 날이면
      아, 온세상이 다 웃는 것 같아효 ㅋㅋㅋ

  5. addr | edit/del | reply 수은 2010.03.16 00:36

    언제 저도 모르게 텍큐의 블로그를 다시 여셨네요. :)
    하긴, 제가 텍큐에 근 한달 넘게 좀 소홀하긴 했져.
    전 완전, 박민규빠여요. 민규님은 모르시겠지만. 개인적으로 파반느는 제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하하하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16 13:07

      수은님의 포스팅을 무척 고대하는데
      목이 좀 늘어난 것 같긴 합니다. 히히.
      박민규빠가 제 주변에 은근 많군요!
      근데 저는 복면쓴 사진 보고 좀 식겁하였습니다.
      저는 좀 심약한 빠입니다 ㅋㅋㅋ
      파반느의 반응이 대체로 약하군요.
      어쩐지 더 궁금해지는데요 :)

 

 

 

Corinne Bailey Rae - I'd do it all again

 

 

 

 

 

일상 중에 제일 행복한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 걸 좋아한다. 그 답변들을 모아서 책이라도 한권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은 저녁에 일을 마치고 운동한 몸을 다 망가뜨리며 과식을 할 때,

라고 했고, 또다른 한 사람은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는데

일어나지 않고 게으름부리며 누워있을 때, 라고 했다.

세상에 다양한 행복이 있다는 건,

 

눈부신 일이다

 

나는 괴로운 일들이 다 잊혀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여전히 창문으로 햇살이 들이닥쳐

난시의 내눈을 찌르고 괜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릴 때

몹시 거칠거칠한 화장실의 페이퍼 타월로 그것을 쓱 닦을 때

 

나는 행복했었다, 라고 말하고 싶다

 

저녁의 테이블이나 아침의 침대,

질 나쁜 페이퍼 타월일지라도

너 때문에 행복해, 라고 말해주면 분명 기뻐하겠지

 

한달 동안 매달린 프로젝트가 드디어 끝났다

눈내리는 밤 고속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데

함께 일한 분이 문자를 보내왔다

우리 일을 빛내주려고 이 삼월에 눈이 오나봐요,

다소 경직돼 있다고 느꼈던 사람이 이런 말랑한 문자를 찍고 있었을 걸 생각하니

난 몹시 흥분되어 평소엔 써본적도 없는 빨간색 하트 이모티콘을

뿅뿅 날려주었다. 남자에게라면 못했을 짓이지만, 뿅뿅뿅.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내가 또

행복해진다, 마침 들려온 이 노래도 나를 들뜨게 한다.
목소리도 눈빛도 입술도 종아리도 헤어스타일도

거기다 이름도 참 예쁜 코린 베일리 래씨, 당신 최고예요!

단순도 하여라, 어제까진 분명
죽을맛 아침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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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빨간장미 2010.03.10 20:37

    촉촉해보여요. 삶이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11 19:30

      네, 정말로요, 단 하루, 이틀이라도요
      촉촉해지기를.

  2. addr | edit/del | reply 꼬뮌 2010.03.12 01:46

    1 묻지도 않았지만, 대답한다면,,,;;-_-
    저는 밤에 잠잘때 입니다.
    반면에 아침에 일어나는게 제일 불행하지요.
    정확히 말하면 자지않고, 자려고 누워있을 때지요.

    2 저는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묻는 걸 좋아하지요.
    뭘 좋아하는지. 다짜고짜 그냥 그렇게, 묻는거지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12 12:39

      1. 히히. 그래도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질문을 던지는 건 왠지
      설문조사를 하는 기분이에요. ㅋㅋ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이 제일 불행하다니
      슬픈 일이네요 ㅠㅠ

      2. 좋아하는 게 너무 많은 사람은
      대답하기가 난감하지만, 그래도
      그런 질문 받는 것은 기분 좋아요 :)

엘비라 마디간

2010.03.08 01:53 from luMière

 

 

 

 

 

 

 

 

 

 

 

 

 

 

 

그토록 눈부신 영화를 본일이 없었지, 잔이 엎질러지기 전에는.    

 

  그토록 잔혹한 영화를 본일도 없었어, 내 너를 만나기 전에는.                      

 

 

                   

                                                                     1967. Elvira madi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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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旅인 2010.03.08 08:28

    단 한번 보고 좋아하게 된 모차르트의 유일한 음악, 피아노 협주곡 21번.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08 10:54

      아, 너무 좋지요~ 아직도 도입부만 들으면
      몽롱한 꽃밭이 눈에 선합니다.
      아웃오브아프리카에 나온 클라리넷 협주곡하고
      이것하고. 저도 모차르트는 둘밖에 안 좋아하는 듯해요.

  2. addr | edit/del | reply 꼬뮌 2010.03.08 09:20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네요. 보고싶기도 하고.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08 11:18

      꽃밭 위에 잔이 엎질러지는 영화
      나비가 총살 당하는 영화, 라고 말하면 뜬구름 같고요
      사랑의 도피에 관한 영화
      결국은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영화,
      라고 말하면 너무도 통속적이 되어버리는 그런 영화입니다.
      하지만 절대로 그게 전부는 아니죠.
      사랑이 눈부시다면 그 눈부심의 정점을
      사랑이 잔혹하다면 그 잔혹함의 정점을
      보여주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무척 강렬할 것 같지만,
      그 모든 일이 믿기 힘들 만큼 평온한 가운데 진행되어서
      저한테는 오래 잊혀지지 않는 영화입니다.
      오직 이 한편만을 남긴 여배우가
      무척 아름답고요 :)

  3. addr | edit/del | reply 클리티에 2010.03.08 20:42

    댓글을 보니 더더욱 이 영화가 궁금해지네요. 고전영화라 구하기 어려울듯 하지만, 꼭 찾아서 보고 싶습니다. ^^*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10 01:44

      댓글 만큼 감흥이 안 오시면 어쩌죠?
      혹시 구하기 어려우시면
      제가 가진 파일 보내드릴 게요 :)

  4. addr | edit/del | reply 서정적자아 2010.03.08 21:55

    여주인공 닮았단 이야기를 듣고 본 영화. 근데 하나도 안 닮았다는. 하하. 그 뒤에 몇번 더 그얘길 들었는데.. 정말 안 닮았다는.

    사진은 언제나 좋고. 언제나 아련하군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10 01:48

      그러고보니 눈빛이 닮으셨단 느낌도 들어요.
      사진이 작아서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저는 모니카 벨루치의 눈을 떠올렸었는데요
      혹시 그런 얘긴 안들어보셨나요? :)

  5. addr | edit/del | reply 빨간 장미 2010.06.02 01:27 신고

    수채화같은 느낌이 좋아요. 제 인생도 수채화같았으면 좋으련만,

미망도 뭣도 아니라

2010.03.05 10:32 from luMière

 

 

 

 

 

 

 

 

 

 

  그건 미망도 뭣도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온통 기울어버린 한때의 마음이

  오래도록 치욕스러웠던 것 아닌지


  분석하자고 들면, 그래, 얼마나 한심한 이야긴가

  모두가 또 얼마나 한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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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클리티에 2010.03.05 17:21

    未忘... 잊으려고 해도 잊을수 없다..

    참 비논리적인 모순이죠..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05 17:35

      그토록 모순된 것이 심중에 있을 때
      가장 많은 마음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 같습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서정적자아 2010.03.06 10:26

    어쨌든 사진 좋습니다. 저런 '문학적인' '철학적인' 구도가 어떻게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06 23:38

      아고, 감사합니다.
      오로지 구도를 위해서였다고 말하면,
      사람 얼굴을 댕강 잘라낸 데 대한
      미안함도 덜어질 수 있을까요? :)

    • addr | edit/del 서정적자아 2010.03.08 21:55

      하하.
      얼굴이야 찍히는 사람에게 중요하지,
      우리에게는 중요한 게 아니니까. ㅋㅋㅋㅋ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10 01:50

      ㅋㅋㅋㅋ 속으론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