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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04.14 사진이 좋군요 (10)
  3. 2010.04.10 lovesong (6)
  4. 2010.04.07 Somnambulist (8)
  5. 2010.04.04 당신은 내 생각을 조금도 않지만 (7)

봄이 너무 봄 같아서

2010.04.21 21:17 from luMière




 

 

 

 

 

 

 

  햇빛이 너무 쨍하여, 그랬나

  라고 생각했지, 아마도 그것만은 아니었을 거야

  봄이 정말 봄 같아서,

 

  春來不似春 쓰디쓴 그 말을 수첩에 적어넣던 어김없는 봄들이

  창밖의 풍경처럼 빠르게 스쳐갈 때, 난 그만

  엉엉 울 것 같았지, 새삼스럽게도

 

  봄이 너무 봄 같아서.

 

 

 

 

 

 

 

 

 

 

 

       

미스티블루 - Spring f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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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좋군요

2010.04.14 14:56 from morceAu
 

01 사진이 좋군요,


그러자 그가 짧게 답했다.

후보정일 뿐입니다.


아, 하고 나는 다른 무엇을 떠올렸는데

그건 누군가를 찍은 몇 장의 사진이었고

아주 그럴 듯한 후보정을 거쳐

내 생애 최고의 풍경으로 남아버린 어떤 장면에 관한

인공적인 모놀로그였다.


이것이 당신의 사랑이군요,

그러자 내가 짧게 답했다.

후보정일 뿐입니다.



02 나는 낯선 이들을 웃기고 난 뒤 안도하는 사람.


나는 나의 편견을 아끼는 사람, 나는 그 편견을 얻기까지

달려갔다 다치고 온 길을 버릴 수 없는 사람이다.

나는 '그것은 수난자들의 질문입니다'라는 알료사의 말에

밑줄 긋는 사람.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나는 내가 정말 아무것도 아닐까봐 무릎이 떨리는 사람이다...

 

나는 나의 첫사랑. 나는 내가 읽지 않은 필독도서,

나는 나의 죄인 적 없으나 벌이 된 사람이다. 그리하여 나는 내가

어떤 인간인가를 설명하기 위해 인터넷 대화창 앞에서 오줌보를

붙든 채 줄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다.

나는 당신에게 잘 보이고 싶은 사람. 그러나 내가 가장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은 결국 나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이해받고 싶은 사람, 그러나 당신의 맨얼굴을 보고는

뒷걸음치는 사람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

그러나 그 사랑이 '나는' 으로 시작되는 사람이 하고 있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김애란  ‡  영원한 화자 中


 

03 죽는 순간 아주 살짝,

 


키가 준다고 생각하는 부족이 있다

안녕히! 나는 찢어진 당신 그림자에 인사한다

심장에 흰 제비꽃 무덤이 돋은 나를

내 그림자는 알고 있고

풀 무덤의 무게만큼 가벼워진 그림자를 나는 사랑한다

그러니 안녕히! 당신 그림자의 키를 잰 최초의 여름이

풀꽃처럼 웃으며 지나가는 저녁이다

찢어진 그림자가 사뿐히 공중에 떠오른다

가벼워진 당신 그림자에 드리는 첫 입맞춤,

걱정 말아요 아주 살짝, 키가 주는 것일 뿐

당신은 잘 싸웠어요

잘 사랑했어요

쉼표처럼.

살짝 키가 주는 것

쉼표처럼.

살짝 쉬는 것

 

김선우  ‡  그림자의 키를 재다 中

 

 

04 당신이 내 영혼을 빨대로 빨고 있어요.


안나 아흐마토바  ‡  당신이 내 영혼을 中

Anna Andreyevna Akhmatova. 1889-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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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song

2010.04.10 21:31 from songErie

 

 

 

 

 

오지은 - 당신이 필요해요

 

 

 

I need love 愛されたい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는 필요없어 오직 너에게만

내가 필요로 할 땐 그게 한밤중이라 해도

특히 오늘같은 새벽엔 어서 날아 여기로 다가와 내 머릿속

저 시끄럽게 울어대는 새를 쫓아줘

그 큰 손으로 내 볼을 감싸줘 콧잔등 주름에 입 맞춰줘

뒤에서 감싸 안아줘 바보 같은 농담도 해줘 끊임없이 날 괴롭혀줘

 

I need love 話したいの

둘만의 이야기를 내 머릿속부터 발끝까지 모든걸 알아줬으면

사랑한다는 말은 그게 한 순간이라 해도

당신의 눈과 마음과 몸까지 전부 나에게 주세요 날 두고서

혼자서 저 세상으로 돌아가면 안돼

한심하다는 말 듣는다 해도

이 세상 사람 그 누구보다 행복할 수는 있잖아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 나와 꿈속에 있어줘

 

내가 다른 생각 못하게 그런 무서운 생각 안하게

마음 속으로 울지 않게 그 커다란 두 손으로 날 데려가 여기서 꺼내줘

제발.

 

 

 

 

 

 

 

 

 

 

 

 

 

 

 

 

 

 

 

 

 

나 이승기 안 좋아하는데

나랑 결혼해줄래, 같은 노래에 가슴 뛴 건 모조리 당신 때문이야,

생각만해도 낯부끄런 아이유의 있잖아, 같은 노래를 불러버린 것도 당신 때문이야,

 

하지만 정말로 당신 앞에서 부르고 싶었던 건 이런 노래.

상큼발랄과는 거리가 먼 노래.

사랑한다는 말은 커녕, 새나 쫓아달라는 이상한 여자의 노래.

주말 야근을 마치고 저녁도 못 먹은 당신이

배고프다고 배고프다고, 두 시간 거리를 과속으로 달려오는 동안

내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듣고 있는 노래.

당신을 기다리는 게 즐겁고 기쁘고

그런데도 마음이저려서 아마도 당신 앞에선 영영 부르지 못할 노래.

백화점 꼭대기 게임센터 오백원 짜리 노래방에서

혼자서 부르고 말 노래. 아 그러나 숨길 수 없이,

 

당신을 위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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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nambulist

2010.04.07 12:20 from songErie

 

 

 

 

 

 

 

 

 

 

 

 

 

 

 

 

 

 

 

 

 

 

Ralph Gibson  <The Somnambulist>  1970.

 

 

 

 

 

내가 꿈속에서 한사코 허공을 끌어안으며

당신, 이름을 불렀다면

그것은 영원히

 

영원히 내가

당신, 이름을 부른 것입니다

 

이제 당신은 꿈속에 있지 않고

나는 몽유병자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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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벽과 두 개의 문 뒤에서

당신은 내 생각을 조금도 않지만

하지만 돌도 더위도 추위도

또한 당신도 막을 수는 없지

내 맘대로 내 속에서

마치 계절이 오가며

땅 위에 숲을 만들듯

내가 당신을 부쉈다 다시 맞추는 것을


Jules Supervielle. (1884-1960)

 

 

 


H. 나는 당신에게 얼마만큼의 의미를 함축한 이니셜이 되었을까.

생략된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때의 내 마음에는.

다시는 부연 설명될 수 없는 것들, 세세히 풀어낼수록 초라해지는 그런 것들, 말이다.

다시는 당신을 쓰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결국 지키지 못한다. 어쩌면 그 약속을 깨기 위해

나는 이 자발적인 유배를 택했을 것이다. 때로 추억에서 힘을 얻는다. 그런 뒤에는

절망도 역시 얻는다. 부쉈다 다시, 부쉈다 다시, 그렇게 얼기설기 맞춰진 당신의 조각들은

흉물스러워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내손이 만들어낸 것이기에, 결국 안고갈 수밖에는 없음을 안다.

세 개의 벽과 두 개의 문으로 이루어진 이상한 구조의 방을 생각한다.

아무리 반복해서 그려보아도, 두 개의 창이 달린 바닥이 없는 삼각뿔. 이다.

존재하지만 사람이 머물 수 없는 방. 꿈속에서 푹.. 하고 두발이 허공으로 꺼질 때,

나는 겨우 잠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온다. 내가 아직도 바닥없는 그 방에 있다면 그것은 분명

꿈일 것이다. 그 안에서 내가 웃고 또 내가 운다면, 그것 역시

내손이 부쉈다 다시 맞춘 웃음이고 울음일 것이다. 세 개의 벽과 두개의 문 뒤에서

당신은 내 생각을 조금도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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