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우리를 보나요?

2010. 2. 19. 02:17 from songErie

 

 

 

 

 

 

 

 

 

 

 

 

 

 

 

 

 

 

백만 년만의 심야영화. 오늘 보려 했던 것은

사실, 의형제, 였다

하지만 어쩌면 나는 집을 나설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의형제보다 먼저 봐야만 했던 영화, 이상하게도 그 꿈같은 세계를 보고싶지가 않아서

그 세계에 마음을 빼앗기고 싶지가 않아서 이리저리 피하고

눈가리고 아웅, 하던 중이었지만, 결국 볼 것이란 생각이 든 것이다

아니, 보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드디어,

 

아바타.

 

왜 그랬는지,

거짓으로 만들어놓은 그 세계가 세세하고 견고할수록

나는 마음이 아팠다

수풀 속에서 상상도 못한 동식물들이 튀어나올 때마다

옴마야, 하고 가슴을 쓸면서 나는 놀란 것이 아니라

마음이 쓰라렸다

한 가지 묘한 것은 극이 진행될수록 그 세계는 온통 다 망가져가는데도

시작할 때의 그 쓰라림은 줄어들었고 뛰던 가슴이 잦아들었다

이 아름다운 것들은 다 꿈이다, 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어쩌면 이건 꿈이 아닐 거야, 라고 생각하더니

이내 이건 꿈이 아니라, 이 세계야,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엇이었을까

 

우리로 하여금 현실과 멀리 떨어진 한 세상을 만들게 하고

침입하게 하고 탐험하게 하고

처참히 무너뜨리게 하고

마지막엔 구원하게도 한 것,

 

그리고 모두가 나란히 어둠 속에서 이상한 안경을 쓰고

그 세계를 웃게 하고 울게 한 것

당신과 맞잡을 길다란 촉수가 없음을 한탄하게 하고

I see you, 라는 말을 남몰래 따라해보게 만든 것,

 

이것은 꿈인가요, 가질 수 없는 꿈이어서

이토록 아픈 건가요, 현실에서 뻗어나온 그러나 현실에서 가장 먼 꿈

그것들이 눈앞에서 보란듯이 무너져갈 때..

우리가 그들을 보듯이, 아아,

 

당신도 우리를 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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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oopoonk 트랙백 0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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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흰돌고래 2010.02.19 20:12

    꿈이 아니에요 슈풍크님 T-T♡
    아바타 최고!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19 20:45

      다 꿈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렇게 말해주셔서 고마워요, 흰돌고래님!
      저도 ♡

  2. addr | edit/del | reply 클리티에 2010.02.21 01:24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기 힘든 세계관이 독특했죠.
    무위자연,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자연의 에너지를 느끼고 나는 그걸 빌려 쓰는 것뿐
    죽는 순간엔 그 빌린 에너지를 돌려줘야 한다는 동양적 세계관이 신선했어요.
    지구라는 틀을 벗어던지고 우주로 나가니 말 그대로 신세계가 열렸어요.
    아바타는 정말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줬네요.
    트랜스포머를 보면서 어릴적 내 동화가 스크린에 옮겨진듯한 기분이었는데
    아바타는 그냥 꿈 그 자체예요. 3시간 남짓 꿈을 꾸는 기분이었네요.

    그리고 저도..

    I See You..^^*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21 02:09

      정말요, 그것을 말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해 이 모든 것을 만들어냈다는..
      그런 절박함 같은 게 느껴지더라구요.

      I see you.. 는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 이후로
      정말 못잊을 대사가 될 것 같아요.
      클리티에, 라는 님프가 태양신 헬리오스를 사랑하여
      바라보고 바라보다 해바라기가 되었다지요.
      그러고보니 마치 꽃말 같네요
      I see you.. :)

  3. addr | edit/del | reply - 민짱 ☆ 2010.02.21 19:27

    절대공감입니다.

  4. addr | edit/del | reply 旅인 2010.03.08 12:51

    저는 우리가 지금 쓰는 언어가 아닌 전혀 다른 문법을 지닌 언어를 배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