しろ

2010.03.26 01:17 from paRamné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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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은 나의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아니 사실은

  마지막 이름,

 

  이었습니다, 해가 지는 이 즈음이면 언제나 슬펐던 마음의

  실오라기를 기어이 찾아내어 주욱.. 당기면

  그 장난스러운 절망의 니트는

  올이 다 풀려 형태를 알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그 고운빛깔의 실뭉치를 굴리며

  고양이처럼 몹시 골똘히 투욱하며 떨어지는 그 순간을

  겨누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그러나 투욱 떨어지는 그 순간,

  은 고양이에게 한낱 장난의 오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당신이 시로야

 

  하고 불렀을 때 그것은 장난도 무엇도 아니라

  아주 예쁘게 짜여진 스웨터의 팔꿈치처럼

  그 팔꿈치의 다정히 늘어난 라인처럼

  제법 구체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다시 시로야

 

  두번 불렀을 때 그것은 소리도 무엇도 아니라

  이미 그곳에 아주 낮고 낮게 깃들어있던 검은 목소리의 한기였을 지도 모르지요,

  당신이 그 누군가를 기어이 목졸라 죽일 때에

  기어이 울음을 터트리며, 이 즈음이면 언제나 슬픈 생각이 들어요,

  화석처럼 굳어버린 입술을 벌리고 흘러나왔다 사라져버리는

  회색빛의 때를 잔뜩 묻힌, 시로, 한때는 눈부시게 희었던 죽은 고양이의 환영

  일 지도 모르지요, 그것은 나의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아니 사실은,

 

 

 

 

 

 

                     어른아이 - Sad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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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oopoonk 트랙백 1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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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엘군 2010.03.26 01:55

    짙은, 아주 짙은 보라색을 보고 싶네요.
    슈풍크 님의 글은 그래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29 10:33

      그런 빛깔을 좋아합니다. 제글이 그런 빛깔을 닮았다면
      저에게는 기쁨이예요! 고맙습니다 :)
      엘군님 블로그에 가끔 들르는데,
      제 컴터가 버전이 낮은지 제대로 보이질 않더군요.
      뭐가 문제인지.. 슬퍼요 ㅠㅠ

  2. addr | edit/del | reply 봄눈별 2010.03.26 15:04

    이미 그곳에 아주 낮고 낮게 깃들어 있던 검은 목소리의 한기,
    라는 부분에서 멈춰 버리고 말았어요. 한참 동안이나,
    그리운 사람들의 목소리들이 떠올랐어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29 10:36

      아, 그리운 사람들이요..
      그리움은 분명 뜨거운 마음일 것인데,
      왜 떠오르는 그들 목소리의 이미지는
      그토록 검은 한기로 가득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