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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26 나도, 그리고 아마 그녀도 (6)

 

 

 

 

 

 

 

 

 

 

 

 

 

 

 

 

 

 

 

 

 

 

 

나도, 그리고 아마 그녀도,

이 세계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얼마나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든

마지막까지 애착할 수밖에는 없다는 것,

어떤 더러운 일을 겪든 살아있음은 소중하다는 결론..

늘 숨이 차는 급경사다, 그래도 그런 오르막길을

기어이 오르고 싶은 기분, 이라는 게 있다.

그럴 때 나는 일본 영화를 본다.

 

아는 우리말 단어가 몇 개 안 되는 노리코씨와 이틀 꼬박 편집실에 갇혀 지냈다.

진절머리나는 열세 개의 테잎과 토나오는 타임코드들과 함께.

나는 펭귄과 함께 갇힌 코끼리의 기분이 되었다. 한쪽은 꿱꿱 거리고,

한쪽은 귀로 부채질만 해댄다. 내가 보는 이것이 끔찍하게 긴 판타지무협액션멜로영화, 라고 상상했다.

정말인가 보았다, 억지스럽지만 어쨌든 끝은 났으니까.

 

'오이시'며 '쓰고이'며 감탄사라면 아주 신물나지만,

언젠가 삿포로에 가고 싶다.

아이누의 언어로, 건조하고 광대한 땅.

밖에는 눈이 아니라 비가 내리고, 지금 내가 보고 싶은 건

북해도의 위성사진과 신카이 마코토.

 

사랑, 이란 게 어느 순간 아연해지듯

환멸도 그렇게 무뎌져야 옳다. 라고 말한다면

노리코씨는 분명 아연하다는 말과 무뎌진다는 말, 그리고

환멸이란 단어를 모를 것이다.

 

이거참 멋지다.

통역되지 않아도 좋을 말들이 있다. 이토록 편협한 세계를,

아직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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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oopoonk 트랙백 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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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엘군 2010.02.27 01:54

    제가 손꼽는 애니중에 하나군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27 11:04

      저두요 :) 신카이마코토란 사람
      섬세한 감성, 부분에선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2. addr | edit/del | reply 旅인 2010.03.01 00:51

    저도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보다 대사에 매혹되었습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01 01:43

      저도 이 사람 작품을 전부다 보았는데요,
      그림도 너무 섬세하지만, 대사에서 묻어나는 감성은
      그전까지 보았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정말 매혹, 이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

  3. addr | edit/del | reply 흰돌고래 2010.03.01 23:38

    저도 어떤 애니인지 궁금해요. 보고 싶어요!

    저도 이 세계를 좋아합니다..

    슈풍크님! '나의형, 빈센트' 이거 아주 어린이들 책이었어요.. 그림이랑은 참 좋은데 글귀가 너무너무 적더라고요.. 저는 '영혼의 편지'를 생각했었거든요; 아 그림이 환상적이라고 했을때 좀 눈치를 챘어야 했던건지 -.- 그래도 어쨌거나 좋아요:) 헤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02 13:27

      우선 <초속 5센티미터>를 보시면
      흰돌고래님이 무척 좋아하실 거란 생각이 드네요.
      가장 유명한 작품이니 어렵지 않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는 걸, 흰돌고래님에게서 느낄 수 있어요 :)

      그리구 사실은 를리외르와 나의형 빈센트
      두권이 바로 10분전에 제손에 도착했습니다. 히히.
      돌고래님 댓글을 봤으면 안 샀을지도 모르지만
      아 저는 이런 책 완전 사랑합니다.
      글은 짧지만 한번을 읽어도 충분히 깊고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쁨인 책.
      책의 크기와 모양, 표지와 그림과 글씨의 정렬과
      작가 후기와.. 이 모든 것들이 맘에 들어요.
      전 실망 안했어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