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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17 망각의 첫 순서 (14)

망각의 첫 순서

2010.01.17 18:45 from paRamnésie

 

 

 

 

 

 

 

 

 

 

 

 

 

 

 

 

 

 

 

 

 

 

 

 

 

  그거 알아요?

  기억상실증에 걸리면요

  제일 먼저 고유명사를 잊고, 그 다음에 보통명사를 잊고

  그 다음에 동사를 잊는대요

  일부러 순서를 지키기라도 하는 것처럼요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아, 상상만해도 멋지지 않아요?

  제일 먼저 당신 이름을 잊고

  그 다음엔 닳고 닳은 사랑이라는 말을 잊고

  그리고는 당신에게 잘 보이려 애썼던

  어쭙잖은 행동들을 다 잊는 거예요

  순서대로, 차근차근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진심이든 뭐든 상관없지 않아요?

  제일 먼저 잊혀질 고유명사 주제에. 라고는 말하지 못한다

  우리들은 모두, 고작 고유명사일 뿐이다

  그리고 진심으로는 단 한번도

  그런 병에 걸리기를 바란 적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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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oopoonk 트랙백 0 :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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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유령수업 2010.01.18 01:15

    아. 이거 참.
    무언가 이 밤에 읽어선 안 될, 글을 읽은 것 같은 기분인 걸요.

    이 마음으로 어찌 잠들고
    일어나 출근은 어찌 할지 ㅎㅎ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18 10:12

      제 보잘것없는 글이 숙면에 누를 끼치다니요.
      무언가 써선 안 될 글을 쓴 것 같은 기분인 걸요. ㅎㅎ

      무사히 출근하셨기를 :)

  2. addr | edit/del | reply 고무풍선기린 2010.01.18 13:22

    고유명사, 보통명사, 그리고 동사 순인줄은 몰랐어요.

    누군가 불러주기 전까지는 보통명사에 불과해서
    고유명사가 되는게 좋은 건 줄로만 알았더니
    그렇지만도 않네요.

    보통 구경만하고 슬그머니 도망가는 타입인데,
    한 마디 남겨보고 싶었습니다. ^^;;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18 17:29

      기억상실증에 걸리지만 않는다면,
      정반대의 순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한번 기억되면 잘 잊히지 않는 것,
      서정주 시인이 노년에 세계의 어려운 산이름들을
      일삼아 외우셨다는데, 왜 그러셨을까
      자꾸 생각하게 되네요.

      슬그머니 도망 가시는 것도 괜찮지만요ㅋ
      흔적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

  3. addr | edit/del | reply 서정적자아 2010.01.18 15:10

    아, 사진 따뜻하고 정겹습니다. :)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18 17:32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서정적자아님 사진이야말로
      마음이 참 훈훈해져요.
      글은 더더욱이요 :)

  4. addr | edit/del | reply 꼬뮌 2010.01.18 15:50

    이거... 태국에서 찍은 사진이신가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18 17:35

      네. 태국에 있는 저의 발이군요 :)
      근데 저기가 태국이라는 것이
      도무지 증명되지는 않는 사진이네요
      국경을 넘어가서 발이나 찍고 있다니요ㅋㅋ

  5. addr | edit/del | reply 느림보 2010.01.19 01:20

    무서웠습니다.
    사진.
    대롱대롱.

    글은. 아프고 아득합니다.
    귀가 먹먹하게.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19 10:59

      대롱대롱, 이란 단어를 이해한 순간..
      아, 무섭습니다, 저도.
      그런 이미지를 보셨다면 도저히
      무섭지 않을 수가 없으셨겠어요.

      그렇지만, 안심하세요.
      저여자의 두발은 땅에 닿아 있어요 :)

    • addr | edit/del 느림보 2010.01.19 11:57

      태국에 발을 두고 오셨군요.
      그렇다면 손과
      눈과 팔과 다리와
      말과 한숨과 웃음들이
      어딘가를 채우고 있겠네요.

  6. addr | edit/del | reply 수줍은영혼 2010.01.22 12:20

    제일먼저 잊혀질 고유명사 주제에...... 망치로 맞은듯 합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1.22 22:51

      저한테 해주고 싶은 가장 독한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에구, 제가 본의 아니게 망치질을..
      수줍은영혼님. 반가워요 :)

  7. addr | edit/del | reply 旅인 2010.06.01 15:08 신고

    결국 기억상실증의 끝은 모든 언어의 실종이네요.
    이해가 갑니다. 영화 속의 기억상실증은 고유명사의 상실까지만 이라는 것을...
    그런데 저도 사람의 이름이라든가, 숫자들의 고유한 얽힘 등에 대한 기억상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니 과거의 기억을 상실하는 것보다, 현재를 기억하고 담아두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과거의 아픔과 사랑을 잃어가는 것보다, 현재를 느끼지 못하고 둔감해져 가는 것이 더 슬픈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슈풍크님의 발 사진을 보면서 굽이 낮고 편한 신발을 신고 다니며, 그만큼 키가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태국이라는 단어에 기행문이 있을까 했더니 없네요.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