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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너무 봄 같아서

2010.04.21 21:17 from luMière




 

 

 

 

 

 

 

  햇빛이 너무 쨍하여, 그랬나

  라고 생각했지, 아마도 그것만은 아니었을 거야

  봄이 정말 봄 같아서,

 

  春來不似春 쓰디쓴 그 말을 수첩에 적어넣던 어김없는 봄들이

  창밖의 풍경처럼 빠르게 스쳐갈 때, 난 그만

  엉엉 울 것 같았지, 새삼스럽게도

 

  봄이 너무 봄 같아서.

 

 

 

 

 

 

 

 

 

 

 

       

미스티블루 - Spring f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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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흰돌고래 2010.04.21 21:30

    목련 피어있는 모습이 참 좋아요 *
    하얗게 몽글몽글..
    봄이 너무 봄 같다는 말, 왜이렇게 좋죠?
    애틋한 느낌이에요.

    아 노래도 좋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29 16:22

      몽글몽글.. 이란 말이 저는 좋네요 ㅎ

      미스티블루 노래, 좋죠?
      오래 전부터 너무너무 좋아하는 밴드인데
      어째서 더 유명해지지 않는지, 신기할 정도.
      막 홍보해주고 싶은 기분이에요. 히히.

    • addr | edit/del 흰돌고래 2010.04.29 23:03

      헤헤^^

      저는 미스티 블루 노래 '마음을 기울이면' 이곡 하나 알고 있었는데. 이 노래도 참 좋아요 :)

  2. addr | edit/del | reply 클리티에 2010.04.21 22:46

    춘래 불사춘..
    하늘도 아시는게지요. 여기저기 터지는 사고로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았어요.

    봄이 너무 봄 같아서. 라고 표현하신 슈풍크님의 마음이 제 마음으로 스며듭니다.

    이 봄은 여전히 누군가를 떠나 보내기에는 눈부십니다.
    손부채를 만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아이러니하게 아름다운 세상이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다는듯 사람들을 돌려보내는것 같아요.

    각기 다른 그들만의 이유와 그들만의 시간과 이야기가 이제 더는 논하지 말자는 듯 아무말도 없이..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29 16:24

      봄이 너무 봄 같은데,
      슬픈일들이 팡팡 피어나는 4월이었네요.
      클리티에님.. 잘 계신지..

      이제 더는 논하지 말자는 듯 아무말도 없이..
      라는 말씀이 참 먹먹합니다.
      더는 논하려해도 그럴 수 없는 일도 있고요..
      계절은 그와 무관하게 깊어지고요.

  3. addr | edit/del | reply 旅인 2010.04.22 15:53

    자칫하다 봄은 그만 사라지고 여름이 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뭔지 모르게 엄동이라는 생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29 16:26

      꽃피어 있던 벚나무가 언제 그랬냐는듯
      푸른 잎사귀로 뒤덮였습니다.
      시간이 계절이 살짝 두려워집니다.
      그만 여름이 올 것 같습니다.

  4. addr | edit/del | reply TreeBatman 2010.04.23 23:02

    예뻐요!!

  5. addr | edit/del | reply 녀름 2010.04.25 00:11

    넘 멋진 목련이네요. 이제 올해는 더 이상 목련을 찍을 수 없어서 아쉽네요. 그래서 또 계절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그러나봐요. ^^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29 16:28

      네 이제 정말 다시 찍을 수 없는
      2010년의 목련이 되었네요.
      그래서 더 예뻐 보이나요.

      녀름님, 녀름은 왜 여름이 아니고 녀름일까요. 헤헤
      궁금해서요.. :)

  6. addr | edit/del | reply 위소보루 2010.04.27 11:18

    네번째랑 다섯번쨰의 그 느낌이 너무 좋아요 ^^

    주말에 제가 목련을 찍으러 나갔을 땐 성한 녀석들이 얼마 없더군요 ㅎ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29 16:29

      감사합니다 :)

      네, 이제 다 지고 말았네요.
      그래도 올해는 큰비가 없어서
      목련지는 모습이 그나마 덜 처참했던 것 같아요.

  7. addr | edit/del | reply nihili 2010.04.27 23:59

    여기 사진하나중 마음에 드는데 카피가 안되네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29 16:33

      에구.. 너무 활짝 열려있는 곳이라
      이미지 복사는 할 수 없게 해두었는데
      이곳에 오셔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8. addr | edit/del | reply anagu 2010.04.28 06:07

    사진도 음악도 둘다 너무 좋습니다.^^
    유독 색이 튀는 두번째 사진이 맘에 드는군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29 16:34

      아, 두번째요..
      저두 그 사진이 좋은데요.
      같은 마음으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9. addr | edit/del | reply 2010.05.01 20:13

    비밀댓글입니다

  10. addr | edit/del | reply 마사루이, 2011.01.01 18:44 신고

    슈풍크님 이리로 오셨네요? ^_^
    저도 옮겼답니다! 반갑습니다!!

lovesong

2010.04.10 21:31 from songErie

 

 

 

 

 

오지은 - 당신이 필요해요

 

 

 

I need love 愛されたい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는 필요없어 오직 너에게만

내가 필요로 할 땐 그게 한밤중이라 해도

특히 오늘같은 새벽엔 어서 날아 여기로 다가와 내 머릿속

저 시끄럽게 울어대는 새를 쫓아줘

그 큰 손으로 내 볼을 감싸줘 콧잔등 주름에 입 맞춰줘

뒤에서 감싸 안아줘 바보 같은 농담도 해줘 끊임없이 날 괴롭혀줘

 

I need love 話したいの

둘만의 이야기를 내 머릿속부터 발끝까지 모든걸 알아줬으면

사랑한다는 말은 그게 한 순간이라 해도

당신의 눈과 마음과 몸까지 전부 나에게 주세요 날 두고서

혼자서 저 세상으로 돌아가면 안돼

한심하다는 말 듣는다 해도

이 세상 사람 그 누구보다 행복할 수는 있잖아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 나와 꿈속에 있어줘

 

내가 다른 생각 못하게 그런 무서운 생각 안하게

마음 속으로 울지 않게 그 커다란 두 손으로 날 데려가 여기서 꺼내줘

제발.

 

 

 

 

 

 

 

 

 

 

 

 

 

 

 

 

 

 

 

 

 

나 이승기 안 좋아하는데

나랑 결혼해줄래, 같은 노래에 가슴 뛴 건 모조리 당신 때문이야,

생각만해도 낯부끄런 아이유의 있잖아, 같은 노래를 불러버린 것도 당신 때문이야,

 

하지만 정말로 당신 앞에서 부르고 싶었던 건 이런 노래.

상큼발랄과는 거리가 먼 노래.

사랑한다는 말은 커녕, 새나 쫓아달라는 이상한 여자의 노래.

주말 야근을 마치고 저녁도 못 먹은 당신이

배고프다고 배고프다고, 두 시간 거리를 과속으로 달려오는 동안

내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듣고 있는 노래.

당신을 기다리는 게 즐겁고 기쁘고

그런데도 마음이저려서 아마도 당신 앞에선 영영 부르지 못할 노래.

백화점 꼭대기 게임센터 오백원 짜리 노래방에서

혼자서 부르고 말 노래. 아 그러나 숨길 수 없이,

 

당신을 위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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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旅인 2010.04.10 22:56

    처음에는 나를 위한 노래인 것 같더니, 정말로 당신의 노래인 듯도 합니다.

    두시간 거리를 과속을 달려오는 그 남자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노래를 듣고 있는 그 여자가, 만나는 그 순간이 갑자기 그립습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13 15:56

      아, 그렇네요. 그를 위한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저를 위한 노래이기도 해요.

      그 순간, 지나온 순간, 지나갈 순간...
      모든 순간들이, 갑자기 그립습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nihili 2010.04.13 03:15

    아~ 노래 가사와 글이 순간 저린데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13 15:58

      저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제 기분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3. addr | edit/del | reply 위소보루 2010.04.18 19:17

    오지은 1집의 첫 곡이죠. 이 앨범을 처음 들으면 들리는 이 노래를 듣고는 오지은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그런 ^^ 처음 세 트랙이 이런 분위기의 노래였는데 일부러 그렇게 배치했다고 하더라구요. 자신의 노래는 이러니까 듣고 싶으면 계속 듣고 아니면 떨어져 나가라는 의도로 ㅋ

    물론 전 무척 좋아합니다만 ^^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20 20:22

      듣고 싶음 계속 듣고 아니면 지금당장 떨어져라?!
      아, 오지은이라는 뮤지션, 너무 당당하고 멋진데요 @_@
      사실은 저도 처음 들었을 때 그녀의 창법이 좀 싫었어요.
      뭐랄까 처량한 타령조의 느낌이 든다고 해야하나.. 히히
      그런데 떨어져나가지 않았던 이유는 순전히
      가사 때문이에요. 그녀의 노랫말들이 너무 좋아요.
      문학을 해도 좋겠다 싶을 만큼요 :)

 

 

 

 

 

 

 

 

 

 

 

 

 

 

 

 

 

 

 

 

 

 

 

 

세 개의 벽과 두 개의 문 뒤에서

당신은 내 생각을 조금도 않지만

하지만 돌도 더위도 추위도

또한 당신도 막을 수는 없지

내 맘대로 내 속에서

마치 계절이 오가며

땅 위에 숲을 만들듯

내가 당신을 부쉈다 다시 맞추는 것을


Jules Supervielle. (1884-1960)

 

 

 


H. 나는 당신에게 얼마만큼의 의미를 함축한 이니셜이 되었을까.

생략된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때의 내 마음에는.

다시는 부연 설명될 수 없는 것들, 세세히 풀어낼수록 초라해지는 그런 것들, 말이다.

다시는 당신을 쓰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결국 지키지 못한다. 어쩌면 그 약속을 깨기 위해

나는 이 자발적인 유배를 택했을 것이다. 때로 추억에서 힘을 얻는다. 그런 뒤에는

절망도 역시 얻는다. 부쉈다 다시, 부쉈다 다시, 그렇게 얼기설기 맞춰진 당신의 조각들은

흉물스러워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내손이 만들어낸 것이기에, 결국 안고갈 수밖에는 없음을 안다.

세 개의 벽과 두 개의 문으로 이루어진 이상한 구조의 방을 생각한다.

아무리 반복해서 그려보아도, 두 개의 창이 달린 바닥이 없는 삼각뿔. 이다.

존재하지만 사람이 머물 수 없는 방. 꿈속에서 푹.. 하고 두발이 허공으로 꺼질 때,

나는 겨우 잠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온다. 내가 아직도 바닥없는 그 방에 있다면 그것은 분명

꿈일 것이다. 그 안에서 내가 웃고 또 내가 운다면, 그것 역시

내손이 부쉈다 다시 맞춘 웃음이고 울음일 것이다. 세 개의 벽과 두개의 문 뒤에서

당신은 내 생각을 조금도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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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서정적자아 2010.04.05 11:38

    글이 참 좋네요..
    ...쓸쓸합니다.. 제 마음이 말이예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06 16:27

      쓴지 좀 된 글인데, 저역시두 쓸쓸했었습니다.
      각자의 마음이지만, 가끔은 비슷하게 쓸쓸하기도 하여서
      위안이 되나봐요. 고맙습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봄눈별 2010.04.06 01:29

    아...맥주라도 마실까...봐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06 16:29

      아...맥주라도 마실까 싶은 새벽 1시 29분의 기분을요,
      알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맥주를 잘 마시지 못하는데도요.ㅋ

  3. addr | edit/del | reply 旅인 2010.04.06 13:53

    그러게 말이예요. 우리가 아는 사람들은 다 내가 부쉈다 맞춘 그런 사람들일 뿐인데...

    그런데 일말의 가능성은 세개의 벽 뒤과 두 개의 문 뒤의 그 사람도 열심히 슈풍크님을 부쉈다 맞췄다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06 16:32

      정말 그런 걸까요. 우리 모두는
      벽과 문을 사이에 두고 앉아 각자의 레고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건가요. 그게 참 이상스럽게도 단란하고 귀엽고
      그리고 덧없습니다.

  4. addr | edit/del | reply 파천 2010.06.09 01:00 신고

    아름다움에 대한 진지함,,,혹은 그런것에서 부터의 외면,,덧없음에 대한 한가닥,,,미련,,그런 것,,,

두 개의 진실

2010.03.30 22:18 from luMière

 

 

 

 

 

 

 

 

 

 

 

 

 

 

 

 

 

 

 

 

 

 

 

 

 

 

 

 

 

 

 

 

 

 

 

 

 

 

 

 

 

 

 

 

 

 

 

  물고기들이 날고 있었는지,

  그들이 하늘을 걷고 있었는지, 알 수 있겠어?

 

  틀림없이 하나만 옳고 하나는 틀렸다는 말은,

  그때의 내가 원한 것이 아니란 것을

  너는 몰랐고 모르고 앞으로도 모를 테지,

  하지만 모를 거라는 사실이 슬프다기 보다

  몰라도 상관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위안이었다

 

  지금의 나는 그랬다, 그 사라진 절터에는 연못이 하나

  있었는데 말야.. 라고 설명할 니가 없다는 사실이

  어쩜 놀랍지도 않을까, 물속의 잉어들이 사람을 두려워 않듯이 말야

  이제 우린 서로 다른 세계에 있고, 그래서

  두 개의 기억이, 두 개의 상처가

  모두 다 진실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어쩐지 고마웠다고,

  나는 수면에 대고 속삭이듯이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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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서정적자아 2010.03.30 22:26

    사진은 언제나 좋고.
    글도 좋네요. ^^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01 11:30

      넓고 따스한 마음으로
      보아주시니까요..
      기쁘고 감사하고 그래요. :)

  2. addr | edit/del | reply 旅인 2010.03.31 14:23

    물에 비친 풍경이 늘 슬픈 것은 풍경이 눈물을 닮아서인지 거꾸로 라서인지 잘모르겠습니다.

    저기 두사람은 이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네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01 11:32

      현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니까요.
      반영사진을 보면 늘 슬픈 꿈을 꾼 것같은 기분이 듭니다.

      물속의 세계와 물밖의 세계만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네, 저 두사람도, 그렇네요.

  3. addr | edit/del | reply 꼬뮌 2010.04.01 00:48

    낡아빠진 노래가 생각나네요.
    나는 아직 두 진실이 때때로 충돌합니다.
    외부의 언어로 말하고 싶네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01 11:35

      그것은 어떤 노래였을까요..
      이렇게 많은 층위의 진실들이 존재하는데
      진실인 것과 진실 아닌 것을 구분하려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나를, 생각합니다.

  4. addr | edit/del | reply TreeBatman 2010.04.01 23:24

    진실과 거짓의 분별은 무의미한 것
    오직 진리 만이 유일할 뿐 ^^
    예쁘네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02 22:59

      하나가 옳다고 판단되는 순간
      그 외의 것은 모두가 그른 것이 돼버리는 상황이
      참 슬픕니다. 그럼에도
      이 사진을 예쁘게 보아주셔서 기쁘네요.
      방문 감사해요 :)

    • addr | edit/del TreeBatman 2010.04.02 23:47

      선불교 공부하시나요~?
      한방 맞았군요.ㅎㅎ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04 14:05

      공부는 해본적 없습니다만,
      제 사상이 그쪽에 가깝나요? :)

  5. addr | edit/del | reply 위소보루 2010.04.04 18:33

    그건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다라는 댓글을 달려고 했는데 글을 쓰다가 생각해보니 그건 동전의 양면이 아니라 한면에 같이 존재하는 것이 더 맞겠단 생각이 드네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08 02:02

      댓글을 읽으며
      한면만을 가진 동전이 존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럴 수는 없겠지만요..
      이걸 쓸 때의 제 마음을 이해해주신 것 같아서,
      고맙습니다. 위소보루님 :)

손을, 찍다

2010.03.30 19:32 from paRamnésie

 

 

 

 

 

 

 

 

 

 

 

 

 

 

 

 

 

 

 

 

 

 

 

 

 

 

 

  손을 찍는 일은, 그때부터 시작된 습관이야

 

  우연히 펼친 어느 잡지에서 방송작가 송지나의 손을 봤을 때,

  인터뷰를 하면서도 얼굴을 보이기가 부끄럽다고

  겨우 실려있던 단 한 장의 사진은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은, 그냥 그의 손이었어, 그런데 그 빈 손에서

  그 사람 전체가 보인다는 느낌, 처음이었어

  그 이후로도 나는 송지나의 얼굴을 알지 못하고

  알려는 마음도 들지 않았어, 그손이 말해준 것으로

  내게는 충분했으니까, 말이야

 

  이 편협한 습관이, 올봄 이렇게 당신 손을 찍게했구나

  뽀얗지도 않고 길이도 짧다고 늘 당신으로부터 구박만 받는 당신 손이,

  내 손등의 오래된 흉터를 안타까운 듯 덮어주던 당신 손이,

  나는 너무 좋아, 라고 말하기가 쑥스러워, 당신 손을 잡는 대신

  말없이 당신 손을 찍는다, 도대체 뭘 그리 찍어대는 거야? 라고 당신이 물어도

  마냥 웃으며 셔터를 누를 뿐이었는데,

  그 순간 내 손등의 흉터가 살아나기라도 한듯 징.. 하는 쓰라림을 느꼈어

  그건 아무에게도 설명할 수 없고, 설명한다해도 이해할 사람이 없겠지

  그러니 당신에게도 그것에 대해선 말하지 않을 게, 그냥

 

  당신이 나를 향해 웃어주는 것, 그것으로 내가 더불어 웃게 되는 것,

  거기까지만 말해도, 당신은 알 테니까

  당신 손이 당신 전체를 말하 듯이.. 이 글이 내마음 전체를 말해줄 테니까..

  점자를 읽듯 우리가 서로에게 읽어낸 어떤 말들을

  흉터를 가진 손등이, 땀이 밴 손바닥이, 손끝의 지문이

  나보더 더 오래 기억해줄 거라 생각하니, 아 이토록 나는 기뻐

  긴장이 배어있는 당신의 저 손, 오래 기억할 게

  훗날 당신과 내가 어떠한 모습으로 있게 되더라도

  약속해, 잊지 않을 게, 나를 붙들어준 당신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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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旅인 2010.03.30 19:50

    참으로 진지해보이는 손입니다.

    면접을 보는 것 같은 자세의 손, 아니면 상대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하여 자신의 모든 헛몸짓을 제어하려는 듯 몸에 자물쇠를 건듯한 손입니다.

    • addr | edit/del 서정적자아 2010.03.30 22:28

      여인님. 답글이 아름답습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01 11:43

      아, 정말루요. 믿고싶어지는 댓글입니다.

      때로는 그 진지함이 당황스러울 만큼요,
      숨막히게 진지하지요.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요.
      오직 듣기 위해 자기를 제어하고 앉아있는 사람,
      정말로 그렇다면, 아 멋진데요 :)

  2. addr | edit/del | reply 서정적자아 2010.03.30 22:28

    단정하고. 기름끼없이 건조한 남자. 근데 잘 웃는 남자일 것 같네요.
    손가락이 반지.. 임자가 있군요. 하하.
    이분 목소리 좋은가요? 아마도 목소리가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01 11:49

      혹시 그를 아세요? :)

      단정하고. 느끼한 말 같은 거 못하고.
      그런데 저보다 잘 웃고요.
      목소리도 나름 괜찮은.. 히히.

  3. addr | edit/del | reply 녀름 2010.04.25 00:13

    참 단정하네요. ^^

しろ

2010.03.26 01:17 from paRamnésie

 

 

 

  그것은 나의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아니 사실은

  마지막 이름,

 

  이었습니다, 해가 지는 이 즈음이면 언제나 슬펐던 마음의

  실오라기를 기어이 찾아내어 주욱.. 당기면

  그 장난스러운 절망의 니트는

  올이 다 풀려 형태를 알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그 고운빛깔의 실뭉치를 굴리며

  고양이처럼 몹시 골똘히 투욱하며 떨어지는 그 순간을

  겨누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그러나 투욱 떨어지는 그 순간,

  은 고양이에게 한낱 장난의 오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당신이 시로야

 

  하고 불렀을 때 그것은 장난도 무엇도 아니라

  아주 예쁘게 짜여진 스웨터의 팔꿈치처럼

  그 팔꿈치의 다정히 늘어난 라인처럼

  제법 구체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다시 시로야

 

  두번 불렀을 때 그것은 소리도 무엇도 아니라

  이미 그곳에 아주 낮고 낮게 깃들어있던 검은 목소리의 한기였을 지도 모르지요,

  당신이 그 누군가를 기어이 목졸라 죽일 때에

  기어이 울음을 터트리며, 이 즈음이면 언제나 슬픈 생각이 들어요,

  화석처럼 굳어버린 입술을 벌리고 흘러나왔다 사라져버리는

  회색빛의 때를 잔뜩 묻힌, 시로, 한때는 눈부시게 희었던 죽은 고양이의 환영

  일 지도 모르지요, 그것은 나의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아니 사실은,

 

 

 

 

 

 

                     어른아이 - Sad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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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엘군 2010.03.26 01:55

    짙은, 아주 짙은 보라색을 보고 싶네요.
    슈풍크 님의 글은 그래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29 10:33

      그런 빛깔을 좋아합니다. 제글이 그런 빛깔을 닮았다면
      저에게는 기쁨이예요! 고맙습니다 :)
      엘군님 블로그에 가끔 들르는데,
      제 컴터가 버전이 낮은지 제대로 보이질 않더군요.
      뭐가 문제인지.. 슬퍼요 ㅠㅠ

  2. addr | edit/del | reply 봄눈별 2010.03.26 15:04

    이미 그곳에 아주 낮고 낮게 깃들어 있던 검은 목소리의 한기,
    라는 부분에서 멈춰 버리고 말았어요. 한참 동안이나,
    그리운 사람들의 목소리들이 떠올랐어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29 10:36

      아, 그리운 사람들이요..
      그리움은 분명 뜨거운 마음일 것인데,
      왜 떠오르는 그들 목소리의 이미지는
      그토록 검은 한기로 가득했을까요..

데본 아오키의 幻影

2010.03.12 20:23 from luMière

 

 

 

 

 

 

 

 

 

 

 

 

 

 

 

 

 

 

 

 

 

 

 

 

 

 

 

 

 

 

 

  너의 빛나는 머릿결과

  너의 인형같은 눈, 반듯한 콧날

  양보없는 말투, 쉽게 웃지 않는 경직됨...

  이 모든 것들을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말한 적 있던가?

 

 

 

  인물 사진에 잔뜩 굶주려있던 내게

  일산에 거주하시는 전속모델님께서 강림하셨다

  데본 아오키를 닮은 후배 L.

 

  한 멋진 프랑스 남성이 온갖 절박한 표정과 바디랭귀지를 동원하여,

  전화번호를 따려했다는 일화는 정말이지 쵝오 ㅋㅋㅋ

  그녀의 대답은... 노땡큐!

  프랑스 사람한테 노땡큐라니, 멋지지 아니한가 ♥

 

  그녀의 묘한 아우라에 처음인듯 압도당하며

  나는 그 비좁은 까페안에서 별반 다를 것도 없는 구도로

  좋다고 셔터질을 하였다

 

  여러부운- 예쁘다고 해주시면

  데본 아오키를 닮은 그녀가, 좀체로 웃지 않는 그녀가

  분명 소리내어 웃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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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旅인 2010.03.12 21:39

    예쁜데요 그런데요 웃지는 않을 것 같아요.

  2. addr | edit/del | reply 흰돌고래 2010.03.12 23:58

    매력적이에요 +o+

  3. addr | edit/del | reply 흘립 2010.03.13 02:36

    ㅎㅎ 내 타입이다.

  4. addr | edit/del | reply 꼬뮌 2010.03.13 20:46

    저분이 후배 L인가보군요//

  5. addr | edit/del | reply 슈풍크 2010.03.14 14:46

    후배의 성격을 순간에 파악하신 여인님,
    후배가 제일 좋아라하는 말을 해주신 흰돌고래님,
    흐뭇한 감탄사를 전해주신 흘립님,
    마치 L. 을 아시는 듯 친근하게 답해주신 꼬뮌님.

    여러부운- 감사합니다 ^______^

  6. addr | edit/del | reply ronyc 2010.03.15 12:58

    후배는............ 참 좋죠. *-_-*

    설레는 페이스를 가진 분이네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15 20:48

      선배도 좋지만,
      후배는 왜 이리 좋을까요.
      아흑. 설레는 페이스, 라니요..
      후배가 쓰러질 거예요! :)

  7. addr | edit/del | reply 수은 2010.03.16 00:35

    어머 영화 속에 나오는 짤방(!)이 아니라 근처에 사는 실존 인물이라닛!!
    개성적 아우라인 걸요, 일본인 같아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16 13:12

      저도 일본인 같다는 느낌을 새록새록 받는 아이예요.
      후배가 요즘 좀 다운돼 있었는데
      이런 칭찬을 들으면 기운이 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

  8. addr | edit/del | reply vomnoon★ 2010.03.17 00:52

    묘한 느낌.
    자꾸 바라보게 됩니다.
    목소리를 몰라서 그런지,
    신비감을 더하는군요.
    자꾸 보게 됩니다.
    자꾸 보게 됩니다.
    자꾸 자꾸;;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19 12:04

      맞아요, 목소리를 모른다는 거
      신비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봄눈별님 댓글을 보니
      저두 자꾸 자꾸
      사진을 보게 되네요 :)

미망도 뭣도 아니라

2010.03.05 10:32 from luMière

 

 

 

 

 

 

 

 

 

 

  그건 미망도 뭣도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온통 기울어버린 한때의 마음이

  오래도록 치욕스러웠던 것 아닌지


  분석하자고 들면, 그래, 얼마나 한심한 이야긴가

  모두가 또 얼마나 한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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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클리티에 2010.03.05 17:21

    未忘... 잊으려고 해도 잊을수 없다..

    참 비논리적인 모순이죠..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05 17:35

      그토록 모순된 것이 심중에 있을 때
      가장 많은 마음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 같습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서정적자아 2010.03.06 10:26

    어쨌든 사진 좋습니다. 저런 '문학적인' '철학적인' 구도가 어떻게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06 23:38

      아고, 감사합니다.
      오로지 구도를 위해서였다고 말하면,
      사람 얼굴을 댕강 잘라낸 데 대한
      미안함도 덜어질 수 있을까요? :)

    • addr | edit/del 서정적자아 2010.03.08 21:55

      하하.
      얼굴이야 찍히는 사람에게 중요하지,
      우리에게는 중요한 게 아니니까. ㅋㅋㅋㅋ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10 01:50

      ㅋㅋㅋㅋ 속으론 그랬어요.

너의 빨간 혀

2010.03.02 13:54 from luMière

   

 

  빨간 혀의 의미를 우리는 멋대로 해석했다.

 

  찍지마, 꺼져!

  너도 덥냐, 나도 덥다. 등등

  그냥, 메롱. 이라는 단순한 주장도 있었고

  빡큐. 같은 욕설도 다소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저 꽃잎처럼 붉고 둥근 혀에서

  욕이 발음되리라고는 상상되지가 않았다

  저녀석의 모국어가 뭔지는 몰라도

  팻매쓰니를 좋아하는지는 몰라도

  내 귀가 들은 말은 분명

 

  Are you going with me?

 

  였다, 저 덧없는 표정으로

  네가 두어번 컹컹 짖기라도 했더라면

  나는 아주 확신했을 것이다. 그래 가자, 답했을까

  하지만 다시는 너를 만날 수 없겠지, 너의 울음을 들을 수 없겠지

  언제나 여행은 끝나고, 언제나 안 돌아오는 것들만 그립다

  그러니 나는 너를 잊지 않을 것이다,

  내 귀가 처음 들은 어떤 언어처럼

  그렇게 불쑥 내뱉어진

 

  너의 빨간 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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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2010.02.24 03:16 from luMière

 

 

 

 

 

 

 

 

 

 

 

 

 

 

 

 

 

 

 

 

 

 

 

 

 

 

 

 

 

 

 

 

 

 

 

 

 

 

 

 

 

 

 

 

 

 

  철커덩,

 

  표피의 감각이 감정이라는 핵심에 도달하는 것은

  순간이다

  그러나 절망적이게도

  중심으로 돌진해버린 것은, 다시 돌아나올 길이 없다

  그 막다른 골목에서 나는

  붉게 물드는 바다를, 그녀를, 보고 있었다

 

  철커덩, 빛이 닫힌다

  눈이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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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느림보 2010.02.24 06:35

    스티글리츠가 인물사진을 찍는다면. 딱 이렇겠네요.
    아침부터 눈이 호강합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24 15:51

      스티글리츠의 인물사진..
      아는 바가 없어 검색을 해봅니다.
      사진보다도 조지아 오키프의 말이 인상적이네요.

      "내 사진을 그의 사진전에 처음으로 전시한 것은
      앤더슨 갤러리에서였는데,
      여러사람들이 전시된 사진을 보고 그에게 부탁하기를
      그가 날 찍은 것처럼 자신들의 아내나 애인을 찍어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알프레드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알프레드처럼 아내나 애인을 찍으려면
      얼마나 가까운 관계가 되어야하는지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아무도 그에게
      그런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지는 못할 것이다."

      피사체와의 거리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좋은 숙제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느림보님 :)

    • addr | edit/del 느림보 2010.02.24 17:31

      http://www.kyushu-ns.ac.jp/~allan/Documents/CCEurope-04.html
      여기 첫 번째 사진을 연상했어요. 슈풍크님 사진 보면서.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25 00:33

      와, 희뿌연 무언가가 그의 사진을 휘감고 있네요.
      수증기인지, 안개인지, 연기인지
      살아있는 입김 같다가도, 자욱한 한기 같고요.
      뭐라 할 수 없이 멋집니다.

    • addr | edit/del 느림보 2010.02.25 06:47

      그래서 슈풍크님께서 찍으신 사진을 보면서 과연 저 희뿌연 것이 무엇일까. 해변가에 피워놓은 모닥불일까 아니면 안개 일까. 아니면 엑토플라즘. 촬영자의 정념이 물화된 것일까. 별별 상상을 했으나 아직 정답은 오리무중.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25 10:18

      정념이 물화된 것이에요,
      라고 왠지 말하고 싶지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