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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남자

2010.02.03 11:51 from paRamnésie

 

 

 

 

  여행하는 남자를 상상한다

 

  강박증처럼 잠시도 가만 멈춰있지 못하는 남자

  자기 생의 과제라도 되는 듯

  가는 곳의 모든 기둥들마다 그 여자의 이름을 새긴다

 

  살아서 다시는 함께 떠날 수 없을 여자의 이름을,

 

  그곳에 가본 적도 없는 그녀가

  영원히 그 낯선 기둥에 묶여있으리란 것은

  그만이 아는 범죄 같은 거였다

 

  이 범죄가 완전하다면 그녀는 때로

  낯선 곳에서 자기와 같은 이름을 발견하고는

  신기한 듯 손뼉이라도 칠지 모른다

  더더욱 완전하다면 그녀는

  그곳에 가보지 못한 채 죽을 것이다

 

  언제까지? 라고 누군가 물었을 때

  그는 말했다, 그건 나도 모르죠

  어쨌든 그녀가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때까지

  끌고 다닐 작정이에요

  어쩌면, 그녀가 나를 끌고 가는 걸지도

  더 이상은 못가, 내 쪽에서 먼저 주저앉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아시겠어요?

  이건 처음부터

  그녀 쪽에선 멈출 수가 없는 여행이에요

  이것은 내 범죄이고, 내 형벌이고

 

  내 기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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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클리티에 2010.02.03 18:58

    슈풍크님 보면 어쩌면 저랑 좋아하는 색이 비슷한지도 모르겠어요.
    자주색, 보라색 좋아한답니다.. ^^*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04 13:13

      클리티에님, 빙고! ㅋㅋ
      자주색, 보라색을 제가 좀 남발했죠?
      좀 많이 좋아해서요.

  2. addr | edit/del | reply 위소보루 2010.02.04 09:47

    프로메테우스의 형벌이군요. 내 범죄고 내 형벌이니..

    불을 훔쳤다는걸 기억해주는 이도 자신밖에 없으니.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04 13:17

      아, 그렇네요. 훔친 불덩어리..
      어떤 죄를 가장 뜨겁게 기억하는 건
      그 자신의 가슴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