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0.04.21 봄이 너무 봄 같아서 (19)
  2. 2010.02.26 천박해질 권리 (5)
  3. 2010.02.06 음력의 나날들 (12)
  4. 2010.01.16 미안
  5. 2010.01.11 오늘의 자장가

봄이 너무 봄 같아서

2010.04.21 21:17 from luMière




 

 

 

 

 

 

 

  햇빛이 너무 쨍하여, 그랬나

  라고 생각했지, 아마도 그것만은 아니었을 거야

  봄이 정말 봄 같아서,

 

  春來不似春 쓰디쓴 그 말을 수첩에 적어넣던 어김없는 봄들이

  창밖의 풍경처럼 빠르게 스쳐갈 때, 난 그만

  엉엉 울 것 같았지, 새삼스럽게도

 

  봄이 너무 봄 같아서.

 

 

 

 

 

 

 

 

 

 

 

       

미스티블루 - Spring f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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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박해질 권리

2010.02.26 03:42 from paRamnésie

 

어떤 곳을 지옥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사람들을 그 지옥에서 어떻게 빼내올 수 있는지,

그 지옥의 불길을 어떻게 사그라지게 만들 수 있는지 까지 대답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따라서

우리가 타인과 공유하는 이 세상에 인간의 사악함이 빚어낸 고통이 얼마나 많은지를 인정하고,

그런 자각을 넓혀나가는 것도 아직까지는 그 자체로 훌륭한 일인 듯하다.

이 세상에 온갖 악행이 존재하고 있다는 데 매번 놀라는 사람, 인간이 얼마나 섬뜩한 방식으로

타인에게 잔인한 해코지를 손수 저지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를 볼 때마다

끊임없이 환멸을 느끼는 사람은 도덕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못한 인물이다.

나이가 얼마나 됐든지 간에, 무릇 사람이라면 이럴 정도로 무지할 뿐만 아니라

세상만사를 망각할 만큼 순수하고 천박해질 수 있을 권리가 전혀 없다.


수잔 손탁  ‡  타인의 고통 中

 

 

 



 

 

 

 

 

 

 

 

 

 

 

 

 

 

 

 

 

라디오는 어때? 라고 당신이 물었을 때

그 화창한 봄의 수목원에서요,

매일매일 빨고 또 빤 빨래를 색이 다 빠질 때까지

유한락스에 손이 삭아서 없어질 때까지 문대고 있는 기분이에요, 라고 내가 말할 때

당신 손엔 수잔 손탁의 책이 들려 있었지요. 재밌어요, 그책?

고통인데, 재밌을리가. 그래봐야 타인의 것이잖아요.

그리고는 꽤나 짜증스런 선문답이 이어졌는데, 내가 했던 말도 당신이 했던 말도

기억에 없어요. 당신은 꽃들 속에 지친 듯 앉아있었고,

나는 카메라를 들고도 사진을 안 찍었지요.

왜 그랬을까요, 봄이 너무 휘황하여 그랬나요?

그 봄이 또 오려는지 오늘은 날이 따스했지요, 이제는 당신에게 말하고 싶었어요.

이것은 다른 무엇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고통, 일 뿐이라고요.

미안하단 말 듣기 싫고, 무력하단 말은 더 듣기 싫고

그냥 읽지 않을 책의 목록이 좀 더 생겼습니다, 라고요.

말하건대 수잔 손탁은 읽지 않겠어요, 아무와도 수잔 손탁에 대해선 이야기 않겠어요.

이것이 당신에 대한 내 애정과 환멸과 고통에 대한 맹세라면 코웃음 칠 건가요?

그래도 다행인 건, 다시는 수목원에 안 가겠어요,

라는 말은 죽어도 못 하겠네요.

무엇을 잃어도 아 수목원에는 가고 싶어요, 어서 장미가 피어서,

그 화려한 것들을 차마 찍지는 못하고 보고만 싶어요,

느리게 지나는 오후 내내, 넋을 놓고. 천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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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의 나날들

2010.02.06 18:42 from pour Moi

 

 

 

 

짙은 - December

 

 

 

 

엄마 생일이 돌아오면 나는 이상하게도

그때부터 겨울의 시작이에요, 음력 십이월 이십오일.

이쯤이면 늘 늦은 눈이 한바탕 내려주어서, 겨울이다, 하고 나는 뒤늦게 느끼는 것인데

달력 위의 날짜는 분명 이월을 가리키고 있네요.

겨울이 끝나갈 때쯤 겨울이 시작되고, 봄이 끝나갈 때쯤

봄이 시작되는 사람, 그러니 모든 것이 끝나갈 때쯤엔

모든 것이 시작될 것도 같아요.

그런 이상한 달력을 믿고 싶어지는 거예요.

 

그해 첫눈은 십이월의 마지막 날이었어요, 너무 늦은 눈.

엄마, 기억나요? 음력의 날들이 살금살금 그렇게 흘러가는 걸

우리는 마당가에 서서 나란히 지켜볼 뿐이었는데요,

아무 일도 아니었던 그 순간이 갑자기 왜 떠올랐을까요.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을 때 나는 지겨워 참을 수가 없었는데,

모든 것이 쏜살같이 스쳐가려고 할 때 나는 무서워 견딜 수가 없어져요.

양력 말고 음력이 있는 건, 아마도 그 무서움을

덜어주려는 걸 거예요.

 

음력 십이월의 날들이 이렇게 흘러갑니다.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보면

이 겨울의 마지막 눈이 예고도 없이 내려줄 것 같은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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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2010.01.16 23:58 from luMière

 

 

 

 

 

 

 

 

 

 

 

 

 

 

 

 

 

 

 

 

 

 

 

 

 

 

 

  미안, 오늘은 봄이 너무 그리워

 

  눈이 내릴 때마다 벚꽃을 상상한 것

  겨울을 살면서, 겨울을 살지 못하는 것

  봄을 살면서, 또 겨울을 그리워할 것, 그 모든 것들이

 

  미안, 오늘은 네가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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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자장가

2010.01.11 00:59 from pour Moi

 

 

 

 

 

 

 

 

 

 

 

 

 

 

 

 

 

 

 

 

 

 

 

추운 걸 좋아라하는 특이종인 내게

올 겨울은 어쩐지 맘에 들지 않는다, 사박사박 밤마다 눈이 저리도 내려주는데

눈 위에 손자국을 찍어보거나 요상한 설정샷을 찍느라 카메라를 눈바닥에 굴리는 일도 없이

조용하고 덤덤하게, 봄이나 왔으면, 하고 바란 것은

생애 처음이 아닌가, 싶다

 

봄을 기다릴 이유 따위는

없다, 이쯤 됐으면 삶이 좀 따뜻해져도 좋지 않을까, 란 생각

 

짧고 슬프지 않게, 딱 거기까지만,

 

모든 말을 생략하고 그저 잘 지내느냐고

모든 말을 생략하고 그저 즐거운 하루였다고

 

조곤조곤 사랑스럽게,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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