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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12 재능없는 자의 희망 (2)

재능없는 자의 희망

2010.01.12 21:50 from songErie

 

새로이 좋아하는 작가나 좋아하는 뮤지션이 생기면

언제나 습관처럼, 그가 몇 살인지를 탐색한다

그 작품이 천재적이고 매혹적이라 느낄 때는 더더욱이 그렇다

그런 뒤에는 마치 정해진 수순처럼 좌절모드에 빠지게 마련이다

 

천.재.다!

 

슬픈 것은 내가 살리에리여서가 아니다,

살리에리의 고통을 느낄만큼 자신을 쏟아부은 적도 없질 않은가

 

그들이 신춘문예로 등단을 하고, 생애 첫 걸작을 만들어낼 때

그와 같은 나이에,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스물셋? 아마도 그때의 나는 뭐그리 하고싶은 건 많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는 않고

빈 강의실에 남아 붉어가는 하늘이나 멍하니 쳐다보고는 했을 것이다

 

분명 그날의 노을은 아름다웠을 테지만, 말이다

지금 나의 글이 스물셋의 노을을 되살려낼 수는 없는 일임을 안다

시간만 흐른 게 아니라 나도 흘러왔으니까, 그러니까 말이다

누군가 굳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한다면

 

이 아물어지지 않는 간극을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을까

놓아버린 적 없으나, 이미 내손을 벗어난 것들에게

울지 않고, 어떻게 작별을 말할 수 있을까

돌아올 수 없는 오늘의 노을을 또 열심히 바라보는 것 말고는

더 아무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재능은 숨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재능이 없음을 아는데는 평생을 다써도 모자란 것,

나는 더 허비하고 더 몸부림칠 것이다

그래서 천재적이지 못한 우리 다수의 인생이, 어쩌면 더

희망적일지 모른다, 라고

 

오늘은 내가 나를 위로한다.

 

 

 

 

Olafur Arnalds - Raein

1987년생. 스물셋. 맙소사.

 

 

 

 

 

 

 

 

 

 

 

 

연륜이 아니고서, 이런 쓸쓸함과 이런 선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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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흰돌고래 2010.03.05 11:21

    놓아버린 적 없으나, 이미 내손을 벗어난 것들에게
    (..) T.T

    나는 더 허비하고 더 몸부림 칠 것이다

    ..

    슈풍크님,
    이 글 너무너무 공감되는걸요?
    T_T_T_T_T

    그래도 희망..:) 이라 좋아요! 헤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3.05 16:55

      너무 많이 공감하시면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 듯도 싶지만요..ㅋ
      그래도, 희망적. 이라고 생각하는 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