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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02.03 어둠나무숲 (7)

손을, 찍다

2010.03.30 19:32 from paRamnésie

 

 

 

 

 

 

 

 

 

 

 

 

 

 

 

 

 

 

 

 

 

 

 

 

 

 

 

  손을 찍는 일은, 그때부터 시작된 습관이야

 

  우연히 펼친 어느 잡지에서 방송작가 송지나의 손을 봤을 때,

  인터뷰를 하면서도 얼굴을 보이기가 부끄럽다고

  겨우 실려있던 단 한 장의 사진은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은, 그냥 그의 손이었어, 그런데 그 빈 손에서

  그 사람 전체가 보인다는 느낌, 처음이었어

  그 이후로도 나는 송지나의 얼굴을 알지 못하고

  알려는 마음도 들지 않았어, 그손이 말해준 것으로

  내게는 충분했으니까, 말이야

 

  이 편협한 습관이, 올봄 이렇게 당신 손을 찍게했구나

  뽀얗지도 않고 길이도 짧다고 늘 당신으로부터 구박만 받는 당신 손이,

  내 손등의 오래된 흉터를 안타까운 듯 덮어주던 당신 손이,

  나는 너무 좋아, 라고 말하기가 쑥스러워, 당신 손을 잡는 대신

  말없이 당신 손을 찍는다, 도대체 뭘 그리 찍어대는 거야? 라고 당신이 물어도

  마냥 웃으며 셔터를 누를 뿐이었는데,

  그 순간 내 손등의 흉터가 살아나기라도 한듯 징.. 하는 쓰라림을 느꼈어

  그건 아무에게도 설명할 수 없고, 설명한다해도 이해할 사람이 없겠지

  그러니 당신에게도 그것에 대해선 말하지 않을 게, 그냥

 

  당신이 나를 향해 웃어주는 것, 그것으로 내가 더불어 웃게 되는 것,

  거기까지만 말해도, 당신은 알 테니까

  당신 손이 당신 전체를 말하 듯이.. 이 글이 내마음 전체를 말해줄 테니까..

  점자를 읽듯 우리가 서로에게 읽어낸 어떤 말들을

  흉터를 가진 손등이, 땀이 밴 손바닥이, 손끝의 지문이

  나보더 더 오래 기억해줄 거라 생각하니, 아 이토록 나는 기뻐

  긴장이 배어있는 당신의 저 손, 오래 기억할 게

  훗날 당신과 내가 어떠한 모습으로 있게 되더라도

  약속해, 잊지 않을 게, 나를 붙들어준 당신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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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나무숲

2010.02.03 15:23 from luMière

   

 

 

 

 

 

 

  이제 막 숲에서 우르르 몰려나오던

  검푸른 밤의 공기, 언제인지 모르게 나풀거리던 몇 개의 눈발,

  그 사람이 손을 호호 분다, 잡고 싶지만

  잡지 못 한다, 다시는 그 숲에 가지 않는다


  잡목숲에 버리고 온 마음 따위가

  이따금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이명처럼, 견디어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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