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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17 찌질한 특기 (6)

찌질한 특기

2010.02.17 18:46 from morceAu

 

 

 

 

 

네스티요나 - 사라지지 않는 밤

 

 

 

01 찌질한 특기로다

 

단지 사진의 문제‚ 였던 것이

어느 새 삶의 태도 문제‚ 로 활활 번져간다

나는 억울하다‚ 고집 부린 적 없다

그렇기에 더 괴로운 것이다

의도가 아니라‚ 감출 수 없는 내 무능력‚ 이므로

 

위험하다

네스티요나를 반복재생해대는 오후

 

 

02  그녀가 썼다, 인격은 행동이야

 

그래 그렇구나, 인격은 물론

때로는 진심을 드러내는 것도 행동이지, 말이나 글이 아니라

그런데도 그때 분명 그 사람은 웃고 있었어,

어떻게 속일 수 있었을까? 속인다고 속을 수 있었을까?

그럴 수 있었던 그 마음들에 경멸을.

 

 

03 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

 

태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치욕에 관한 한 세상은 멸망한 지 오래다

가끔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난다

가능한 모든 변명들을 대면서

길들이 사방에서 휘고 있다

그림자 거뭇한 길가에 쌓이는 침묵

거기서 초 단위로 조용히 늙고 싶다

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비가 샌다

비가 새는 모든 늙은 존재들이

새 지붕을 얹듯 사랑을 꿈꾼다

누구나 잘 안다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태양이 온 힘을 다해 빛을 쥐어짜내는 오후

과거가 뒷걸음질 치다 아파트 난간 아래로

떨어진다 미래도 곧이어 그 뒤를 따른다

현재는 다만 꽃의 나날 꽃의 나날은

꽃이 피고 지는 시간이어서 슬프다

고양이가 꽃잎을 냠냠 뜯어먹고 있다

여자가 카모밀 차를 홀짝거리고 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듯도 하다

나는 길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다

남자가 울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궁극적으로 넘어질 운명의 인간이다

현기증이 만발하는 머릿속 꿈 동산

이제 막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났다

어디로든 발걸음을 옮겨야 하겠으나

어디로든 끝간에는 사라지는 길이다


심보선  ‡  슬픔이 없는 십오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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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oopoonk 트랙백 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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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서정적자아 2010.02.17 19:06

    아아, 심보선이군요. 시 좋네요.. 어찌할 수 없는 소문도 좋았는데.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17 19:13

      심보선의 시를 좋아하세요?
      아, 반가워라 :)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이 살아있음을..
      하는 부분이 기억나네요. 정말 좋아요, 그 시도.

    • addr | edit/del 흰돌고래 2010.02.19 20:19

      어찌할 수 없는 소문, 찾아봤어요!
      정말 좋아요 :*)))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19 20:41

      사려 깊으시구,
      부지런하기까지 하신
      흰돌고래님 *_*

  2. addr | edit/del | reply 2010.02.18 17:23

    비밀댓글입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2.19 02:11

      음산함으로 가득한 네스티요나를
      맘에 들어하시다니,
      비슷한 취향 완전 인증!ㅋ

      저도 문단 분위기 같은 거 잘 모르고요
      틀에 박혀있다고 느껴지는 시는
      애써서 읽지 않아요.
      언젠가 와닿을 때까지 그냥 내버려두죠.
      다만, 짧게 집중하는 장르를 좋아하기 때문에
      시에 가장 마음을 두는 편입니다.

      아, 정말 이 시는 보기 드물게
      아픈 포인트가 곳곳에 박혀있는 것 같아요.
      읽을 때마다 구석구석 아프네요.
      무언가를 같이 읽고 같이 듣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참 위로가 돼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