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3.30 손을, 찍다 (6)
  2. 2010.01.10 네, 제 탓이었어요 (4)

손을, 찍다

2010.03.30 19:32 from paRamnésie

 

 

 

 

 

 

 

 

 

 

 

 

 

 

 

 

 

 

 

 

 

 

 

 

 

 

 

  손을 찍는 일은, 그때부터 시작된 습관이야

 

  우연히 펼친 어느 잡지에서 방송작가 송지나의 손을 봤을 때,

  인터뷰를 하면서도 얼굴을 보이기가 부끄럽다고

  겨우 실려있던 단 한 장의 사진은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은, 그냥 그의 손이었어, 그런데 그 빈 손에서

  그 사람 전체가 보인다는 느낌, 처음이었어

  그 이후로도 나는 송지나의 얼굴을 알지 못하고

  알려는 마음도 들지 않았어, 그손이 말해준 것으로

  내게는 충분했으니까, 말이야

 

  이 편협한 습관이, 올봄 이렇게 당신 손을 찍게했구나

  뽀얗지도 않고 길이도 짧다고 늘 당신으로부터 구박만 받는 당신 손이,

  내 손등의 오래된 흉터를 안타까운 듯 덮어주던 당신 손이,

  나는 너무 좋아, 라고 말하기가 쑥스러워, 당신 손을 잡는 대신

  말없이 당신 손을 찍는다, 도대체 뭘 그리 찍어대는 거야? 라고 당신이 물어도

  마냥 웃으며 셔터를 누를 뿐이었는데,

  그 순간 내 손등의 흉터가 살아나기라도 한듯 징.. 하는 쓰라림을 느꼈어

  그건 아무에게도 설명할 수 없고, 설명한다해도 이해할 사람이 없겠지

  그러니 당신에게도 그것에 대해선 말하지 않을 게, 그냥

 

  당신이 나를 향해 웃어주는 것, 그것으로 내가 더불어 웃게 되는 것,

  거기까지만 말해도, 당신은 알 테니까

  당신 손이 당신 전체를 말하 듯이.. 이 글이 내마음 전체를 말해줄 테니까..

  점자를 읽듯 우리가 서로에게 읽어낸 어떤 말들을

  흉터를 가진 손등이, 땀이 밴 손바닥이, 손끝의 지문이

  나보더 더 오래 기억해줄 거라 생각하니, 아 이토록 나는 기뻐

  긴장이 배어있는 당신의 저 손, 오래 기억할 게

  훗날 당신과 내가 어떠한 모습으로 있게 되더라도

  약속해, 잊지 않을 게, 나를 붙들어준 당신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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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 탓이었어요

2010.01.10 16:27 from morceAu

 

01   네, 제 탓이었어요.


그녀는 그를 유심히 뜯어보았지만
그 눈길에서 다정함이 묻어났다.

그녀가 미소 지었다.

 

흉터에는 신기한 힘이 있지.
과거가 진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거든.
흉터를 얻게 된 사연은 결코 잊을 수 없지,
안 그런가?

 

코맥 매카시  ‡  모두 다 예쁜 말들

 

 

 

02  내가 사랑한 시절들, 내가 사랑한 사람들, 내 안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진 것들,

 

지금 내게서 빠져 있는 것들... 이 책에 나는 그 일들을 적어놓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 일들을 다 말하지는 못하겠다.

내가 차마 말하지 못한 일들은 당신이 짐작하기를. 나 역시 짐작했으니까.

이제는 경정산만이 남은 이백에게 마주 보아도 서로가 싫지 않은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사실을,

그리워라는 말에는 지금 내게 당신이 빠져 있다는 뜻이 담겼다는 걸 짐작했으니까.

당신도, 나도, 심장이 뛰고 피가 흐르는, 사람이니까. 호-야레호-,

내게는 이제 경정산만이 남아 있을 뿐이니까. 호-야레호-,

당신도, 그 어떤 사람도 결국 그럴 테니까. 그렇게 우리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는,

도넛과 같은 존재니까. 이제 다시는 이런 책을 쓰는 일은 없을 테니까.

 

김연수  ‡  청춘의 문장들, 서문 中

 

 

 

03  당신과 나와 이별한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가령 우리가 좋을 대로 말하는 것과 같이, 거짓 이별이라

할지라도 나의 입술이 당신의 입술에 닿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거짓 이별은 언제나 우리에게서 떠날 것인가요.

한 해 두 해 가는 것이 얼마 아니 된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시들어가는 두 볼의 도화(桃花)가 무정한 봄바람에

몇 번이나 스쳐서 낙화가 될까요.

회색이 되어가는 두 귀 밑의 푸른 구름이, 쪼이는 가을볕에

얼마나 바래서 백설(白雪)이 될까요.

머리는 희어 가도 마음은 붉어 갑니다.

피는 식어 가도 눈물은 더워 갑니다.

사랑의 언덕엔 사태가 나도 희망의 바다엔 물결이 뛰놀아요.

이른바 거짓 이별이 언제든지 우리에게서 떠날 줄만은 알아요.

그러나 한 손으로 이별을 가지고 가는 날은

또 한 손으로 죽음을 가지고 와요.

                        

한용운  ‡  거짓 이별

 

 

 

04  이거참, 무슨 증세인지

 

아래 마감선을 가지런히 맞춰야 직성이 풀리니,

내용이 짧은 포스팅을 하고나면 볼 때마다 자꾸 신경이 거슬리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세 페이지에 나뉘어 있던 글을 한 페이지로 합쳤다.

덕분에 폴더의 성격을 약간 수정하게 됐지만,

그래도 좀 정리가 된 듯한 기분..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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