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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벽과 두 개의 문 뒤에서

당신은 내 생각을 조금도 않지만

하지만 돌도 더위도 추위도

또한 당신도 막을 수는 없지

내 맘대로 내 속에서

마치 계절이 오가며

땅 위에 숲을 만들듯

내가 당신을 부쉈다 다시 맞추는 것을


Jules Supervielle. (1884-1960)

 

 

 


H. 나는 당신에게 얼마만큼의 의미를 함축한 이니셜이 되었을까.

생략된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때의 내 마음에는.

다시는 부연 설명될 수 없는 것들, 세세히 풀어낼수록 초라해지는 그런 것들, 말이다.

다시는 당신을 쓰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결국 지키지 못한다. 어쩌면 그 약속을 깨기 위해

나는 이 자발적인 유배를 택했을 것이다. 때로 추억에서 힘을 얻는다. 그런 뒤에는

절망도 역시 얻는다. 부쉈다 다시, 부쉈다 다시, 그렇게 얼기설기 맞춰진 당신의 조각들은

흉물스러워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내손이 만들어낸 것이기에, 결국 안고갈 수밖에는 없음을 안다.

세 개의 벽과 두 개의 문으로 이루어진 이상한 구조의 방을 생각한다.

아무리 반복해서 그려보아도, 두 개의 창이 달린 바닥이 없는 삼각뿔. 이다.

존재하지만 사람이 머물 수 없는 방. 꿈속에서 푹.. 하고 두발이 허공으로 꺼질 때,

나는 겨우 잠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온다. 내가 아직도 바닥없는 그 방에 있다면 그것은 분명

꿈일 것이다. 그 안에서 내가 웃고 또 내가 운다면, 그것 역시

내손이 부쉈다 다시 맞춘 웃음이고 울음일 것이다. 세 개의 벽과 두개의 문 뒤에서

당신은 내 생각을 조금도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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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oopoonk 트랙백 0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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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서정적자아 2010.04.05 11:38

    글이 참 좋네요..
    ...쓸쓸합니다.. 제 마음이 말이예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06 16:27

      쓴지 좀 된 글인데, 저역시두 쓸쓸했었습니다.
      각자의 마음이지만, 가끔은 비슷하게 쓸쓸하기도 하여서
      위안이 되나봐요. 고맙습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봄눈별 2010.04.06 01:29

    아...맥주라도 마실까...봐요.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06 16:29

      아...맥주라도 마실까 싶은 새벽 1시 29분의 기분을요,
      알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맥주를 잘 마시지 못하는데도요.ㅋ

  3. addr | edit/del | reply 旅인 2010.04.06 13:53

    그러게 말이예요. 우리가 아는 사람들은 다 내가 부쉈다 맞춘 그런 사람들일 뿐인데...

    그런데 일말의 가능성은 세개의 벽 뒤과 두 개의 문 뒤의 그 사람도 열심히 슈풍크님을 부쉈다 맞췄다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 addr | edit/del 슈풍크 2010.04.06 16:32

      정말 그런 걸까요. 우리 모두는
      벽과 문을 사이에 두고 앉아 각자의 레고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건가요. 그게 참 이상스럽게도 단란하고 귀엽고
      그리고 덧없습니다.

  4. addr | edit/del | reply 파천 2010.06.09 01:00 신고

    아름다움에 대한 진지함,,,혹은 그런것에서 부터의 외면,,덧없음에 대한 한가닥,,,미련,,그런 것,,,